시위대 “무바라크 퇴진 전엔 협상도 없다”
입력 2011-02-08 00:53
이집트 카이로 도심 타흐리르 광장에서 7일(현지시간) 만난 왈리드 샤므스(37)는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물러나기 전 협상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은 무바라크와 같은 자이고, 무슬림형제단도 우리를 대표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협상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광장에 모인 시민 수천명도 샤므스와 비슷한 생각이었다. 마이크를 잡은 연사가 “부끄럽다. 창피하다”는 구호를 외치자 시민 수백명이 따라 했다. 협상에 나선 세력이 부끄럽다는 의미였다.
시위 14일째를 맞아 시위대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반정부 열기는 여전히 뜨거웠다. 한쪽에선 연설이 이어졌고, 다른 한편에선 어깨를 나란히 하고 ‘무바라크 즉각 퇴진’ 구호를 외쳤다. 텐트 안에 누워 있거나 길가에 주저앉아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목격됐다.
광장으로 향하는 시민의 발길은 아침부터 이어졌다. 이들 손에는 담요와 빵 등 ‘노숙 투쟁’을 지탱할 물자가 들려 있었다. 정부와 야권 간 협상에도 불구하고 시위는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카이로 도심은 일상의 평온이 찾아드는 모습이다. 타흐리르 광장을 감시하던 헬리콥터도 이날은 보이지 않았다.
이집트 정부와 주요 야권 단체들은 전날 협상에서 대통령 연임 금지 등을 포함한 대강의 정치개혁 일정에 합의했다. 그러나 정부 측 대표인 술레이만 부통령은 야권의 무바라크 대통령 권한 이양 요구는 거부했다. 하지만 카이로와 알렉산드리아, 수에즈 등 3개 도시에 대한 통금시간은 현재의 저녁 7시~오전 8시에서 저녁 8시~오전 6시로 3시간씩 단축키로 했다. 증권거래소는 오는 18일 재개장할 예정이다.
카이로=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