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해적 검찰 송치] 물증없이 진술에 의존… 배후도 여죄도 여전히 미궁
입력 2011-02-08 00:58
경찰 수사 문제점·남은 과제
사상 초유의 소말리아 해적 수사가 이렇다 할 성과 없이 마무리됐다. 표적 납치 여부와 배후세력을 밝히는 일 등 핵심 수사 사안은 검찰의 과제로 남게 됐다.
삼호주얼리호 해적사건 특별수사본부는 생포한 해적들을 상대로 지난해 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된 금미305호 등 이전 우리 선박 피랍사건들과의 관련성을 조사했지만 성과를 얻지 못했다. 선박납치사건을 주도한 두목과 부두목이 사살됐고 생포된 해적들은 “알지 못한다”고 일관되게 진술, 관련성을 확인하지 못했다.
또 수사본부는 생포한 해적이 소말리아의 어떤 군벌 아래 있는지와 국제 해적단체들과 연계돼 있는지 등도 밝히지 못했다.
무엇보다 삼호주얼리호 석해균(58) 선장에게 총격을 가한 혐의를 받고 있는 마호메드 아라이(23)의 범죄사실을 구체적으로 입증하지 못했다. 자백을 받아내지 못한 것은 물론 한국인 선원 및 해적들의 구증(口證) 외에 이렇다 할 물증을 확보하지 못했다.
특히 석 선장에 대한 총격을 입증하는 데 중요한 증거인 탄환 4발 가운데 1발을 분실한 것도 과제로 남았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 분실한 1발의 행방과 그 탄환이 어떤 총기에서 발사됐는지를 놓고 상당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김충규 수사본부장은 “국내에서는 전례가 없고 중대하고 민감한 외국인 해적사건이라 3단계 통역 등 여러 어려움이 많았다”며 “당초 목표였던 해적배경 수사까지는 미치지 못했지만 해상강도살인미수와 선박납치 등 주요 혐의 입증에 필요한 수사는 충실히 진행했다”고 말했다.
부산지검은 경찰 수사에서 밝혀내지 못한 표적납치와 배후세력 여부, 석 선장 총격 물증확보 등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그동안 최인호 공안부장과 검사 3명이 해경수사를 진두지휘했으나 사건이 검찰로 송치되면 다른 부서에서 검사 2명을 더 투입해 본격 보강수사에 들어가기로 했다. 총괄지휘는 정점식 부산지검 2차장 검사가 맡고, 해적의 배후규명 등 추가적인 수사요인이 발생하면 수사팀을 더 확대할 계획이다.
검찰은 우선 석 선장에게 총을 난사한 혐의를 받는 해적 아라이의 자백을 받아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해경이 당시 목격자인 우리 선원 2명과 다른 해적들의 진술, 석 선장이 총격을 당한 조타실 바닥의 탄환흔적 등을 확보했으나 아라이는 끝까지 혐의를 부인했다.
이를 위해 검찰은 국방부로부터 전달받은 ‘아덴만 여명작전’ 영상자료를 정밀하게 분석, 아라이를 압박할 계획이다.
부산지검 관계자는 “최소한 해적 1명당 검사 1명을 배당해 석 선장 살인미수 혐의 등 핵심사안에 대한 진상규명을 해나갈 것”이라며 “구속수사 기한이 28일이기 때문에 그전에 기소, 유죄를 입증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해적들에게 해상강도살인미수와 선박 및 해상구조물에 대한 위해 행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선박위해법) 위반, 특수공무집행방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가 인정될 경우 사형 또는 무기징역이 선고될 수 있다.
검찰은 이 같은 혐의가 석 선장에게 총을 난사한 피의자인 아라이는 물론 나머지 해적 4명에게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아라이를 제외한 해적들이 석 선장에게 총격을 가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모두가 진압하는 우리 해군이나 저항하는 선원들에게 총을 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총기류를 휴대했기 때문에 공범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