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덩이 ‘조세감면액’… 나라 곳간 축 낸다
입력 2011-02-07 21:22
지난해 정부는 세제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올해부터 개인이 소장한 6000만원 이상 미술품의 양도 차익(생존·해외작가 제외)에 대해 세금을 물리기로 했다. 2008년에 2년 유예기간을 주기로 한 조항으로 올해부터 ‘비과세 우산’을 접겠다고 했다.
그러나 국회는 외면했다. 지난해 연말 국회는 이 조항의 유예기간을 2년 연장하기로 결론 내렸다. 미술품 거래가 위축되는 등 어려운 미술업계 사정을 감안했다는 것이 표면적 이유였다.
개인 미술품 양도차익 과세조항은 1990년 처음 입법됐다. 세금을 내지 않고 부를 이전할 수 있는 검은 거래를 방치한다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 차례 시행이 미뤄졌고 2003년에는 폐기되기도 했다. 2008년 정부 입법으로 국회를 통과했지만 이번에 다시 시행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 빠졌다.
각종 ‘세금 구멍’이 나라 곳간을 축내고 있다. 비과세·감면조항마다 일몰이라는 제한이 따르지만 정치논리 등에 떠밀려 매년 연장되고 있다. 이에 따라 비과세·감면액은 10년 만에 127%나 늘었다.
◇국세 수입 증가율 추월한 조세감면=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조세감면액은 30조1396억원에 이른다. 2000년 13조2824억원보다 126.9%가 급증했다. 같은 기간 국세 수입은 92조9405억원에서 175조125억원으로 88.3% 증가했다. 조세감면액 증가율이 국세 수입 증가율을 앞질러 가고 있는 것이다.
조세감면율도 12%대에서 14%대로 껑충 뛰었다. 조세감면율은 국세 수입액과 조세감면액을 더한 수치에서 조세감면액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2000년 12.5%였던 조세감면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탈출을 위해 각종 비과세·감면조항을 신설하면서 2009년에는 15.8%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조세감면율은 14.6%다. 올해는 14.3%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조세감면액이 증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감면 액수가 큰 조항은 기득권에 밀려 폐지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조세감면은 정책 목적을 위해서나 중소기업, 사회적 약자 등을 배려하기 위한 제도이지만 반복되다 보면 기득권화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상시’ 투자세액공제=재정부는 비과세·감면 조항을 정비해 세율을 높이지 않고도 세입이 늘도록 하겠다는 생각이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임시투자세액공제(임투세액공제)다. 82년 도입된 임투세액공제는 기업이 설비투자를 하면 투자액의 일정 비율을 법인세에서 빼 주는 제도다. 당초 1년 또는 6개월 한시로 혜택을 주자는 취지였는데 30년 가운데 23년 동안 시행하면서 상시법이 됐다. 지난해 감면액이 1조7789억원으로 전체 조세감면액에서 16.9%나 차지한다.
재정부는 올해부터 임투세액공제를 없애려고 했다. 효과가 불투명해서다. 윤영선 관세청장이 지난달 초 제출한 박사학위 논문에 따르면 임투세액공제가 있던 해의 설비투자 증가율(8%)이 없던 해(13.7%)보다 낮을 정도다.
하지만 국회는 공제율을 낮추는 대신 연말까지 일몰을 연기했다. 나라 살림보다는 재계 반발을 더 신경 쓴 결과다.
조세연구원 박명호 세정연구팀장은 “임투세액공제처럼 이미 정책 목적을 상실했거나 불필요한 곳에 쓰이는 비과세·감면 조항은 줄여야 한다. 감면액 증가율이 국세 수입 증가율보다 높은 상황에서 비과세·감면 제도를 상시 점검하고 평가하는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