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 외환개입” 언급 왜?
입력 2011-02-07 21:21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우리나라의 외환시장 개입 자제를 거론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지난 4일 ‘세계 경제 및 환율정책’ 보고서에서 “한국은행이 원화 가치의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어 외환보유액이 대거 늘어난 데서 우리나라의 외환시장 개입을 단적으로 읽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외환보유액은 사상 최대 규모인 2960억 달러로 집계돼 3000억 달러를 코앞에 뒀다. 한 달 전보다는 43억9000만 달러(1.5%) 증가했다. 미국의 지적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의 과다 증액이 원화강세를 막기 위해 한은이 달러를 사들이면서 이뤄진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게 하고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원·달러 환율을 더 낮추라는 압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보고서는 실제 “한국의 강한 성장, 외환보유액 확충, 경상수지 흑자 전환 등에 비춰 (한은이) 시장개입을 자제하고(less intervention) 더 큰 환율 유연성을 감내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언급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말 원화 가치가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의 최고점보다 24% 저평가됐다고 지적하면서 실질실효 환율에 비춰 봐도 원화 가치가 5∼20% 낮게 평가돼 있다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추정치를 덧붙이기도 했다. 당국은 이날 이번 보고서에 대해 미국이 직접적으로 환율하락 압력을 넣었다는 것으로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008년 이후 달라진 외환시장의 사정을 반영한 것일 뿐이지, 특별히 압력을 넣은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은 강재택 외환시장팀장은 “중국의 환율 문제를 지적하는 가운데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통화가치 절상의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외환당국에 적잖은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전의 보고서에 비해 내용이 상당히 구체화됐으며 시장개입 자제를 완곡하게 요구한 적은 이례적”이라면서 “경제성장률이 높고 외환보유액 증가액이 큰 한국에 일종의 견제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고세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