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권 거래제 연기 검토

입력 2011-02-07 18:23

정부는 2013년부터 실시 예정이던 탄소배출권 거래제 도입을 1∼2년 늦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는 9일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 장관 회의를 열어 마지막 조율 작업을 벌인 뒤 이달 중 국회에 배출권 거래제법 제정안을 제출할 방침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7일 “배출권 거래제 도입 시기를 연기해 달라는 산업계 의견을 반영해 2013∼2015년께 실시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기업에 무상으로 할당하는 배출권 비율을 도입 초기 단계에는 다소 높이고, 이후 별도 시행령으로 정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법 위반시 부과하는 과징금과 과태료 등도 당초 계획보다 낮아질 전망이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정부가 할당한 양 이상의 온실가스를 배출한 기업은 초과 배출량만큼의 배출권을 현금으로 구입하고, 할당량보다 적게 배출한 기업은 보상을 받는 제도다.

이명박 대통령은 오전 라디오·인터넷 연설에서 “에너지를 절약하고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것이 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가야 할 길이라면 먼저 가야 한다. 적극적 태도로 문제 해결의 길을 찾아야 기후변화 시대의 큰 기회를 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기후변화로 인해 전 세계가 식량파동을 겪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식량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이 범국가적 기구를 만들어 투자 유치 등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비롯한 경제 5단체와 한국철강협회 등 13개 업종별 단체는 이날 정부에 배출권 거래제 도입을 2015년 이후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들 단체는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하면 국내 제조업의 원가가 올라 기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미국 중국 등이 이를 연기하거나 철회하는 국제적 추세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