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건 대통령 아들이 밝힌 미·소 외교 비화 “두 정상 간 신앙적 교감이 냉전 종식의 협력 이끌어내”

입력 2011-02-07 20:31


“미·소 냉전의 장막을 걷어낸 고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뒤엔 신앙이 있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의 아들 마이클 레이건(사진)은 아버지의 100번째 생일인 6일(현지시간) 미국의 기독 인터넷 신문인 빌리프넷에 기고한 글에서 레이건과 고르바초프의 우정을 회상하며 “두 사람으로 하여금 냉전을 끝장내도록 한 것은 하나님의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고르바초프는 1986년부터 구소련의 개혁, 개방, 민주화, 경제 발전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이를 위해 소련 내부 개혁을 추진하는 것과 동시에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도 여러 차례 대화를 추진했다. 87년 12월, 레이건 대통령과 맺은 중거리핵전략협정은 냉전 해체의 물꼬를 튼 일대 사건이었다. 이어서 아프가니스탄 철군(88년), 양원제 헌법 개정(88년) 등을 통해 공산당 일당독재를 바꾸고 소련을 해체해 냉전 종식의 주역이 됐다. 이후 레이건과 고르바초프는 친구 사이가 됐다.

하지만 마이클에 따르면 레이건은 고르바초프의 신앙에 대해 오랫동안 회의를 품고 있었다. ‘죽은 믿음’일 거라는 의심이었다. 마이클은 소비에트연방(소련)이 해체된 이듬해인 92년 5월과 레이건 대통령 사망 이듬해인 2005년, 고르바초프를 만나 신앙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마이클에 따르면 고르바초프의 외조부모와 친조부모는 모두 기독교인이었다. 외조부모는 스탈린 치하에서 기독교 상징물을 가정에 소장했다는 혐의로 사형을 당했다. 친조부모는 레닌과 스탈린의 초상화 뒤에 기독교 상징물을 숨겨놓기도 했다. 특히 친조모는 매일 교회에 나가 불신자들과 고르바초프를 위해 기도했다. 하지만 종교에 대한 소련의 적대감이 계속되면서 고르바초프 역시 무신론자로 행세해야 했다. 마이클은 이에 대해 “고르바초프는 소련에서 가장 강력한 정치적 인물이었음에도 내면적 신앙조차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억압을 당했다”며 “아버지의 기독교 신앙이 고르바초프에게 영적 관점을 갖도록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할머니의 신앙 영향을 받았던 고르바초프와 비슷하게 레이건은 어머니로부터 신앙 유산을 물려받았다. 어머니 넬은 레이건에게 신앙의 중요성, 특히 기도를 강조했다. 레이건은 생전 “어머니는 내 속 깊숙한 곳에 기독교 신앙을 심어주셨다”고 회고했다. 이 때문에 레이건은 영화배우 시절뿐 아니라 정치인이 되어서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신앙을 고백하고 기도했다. 심지어 고르바초프와 가진 여러 차례의 정상회담에서도 레이건은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구하는 기도로 대화를 시작했다. 기도가 끝날 땐 고르바초프도 “하나님의 뜻이 이뤄지길”이라며 화답했다.

마이클은 레이건과 고르바초프에 대해 “두 사람은 조국도 사상도 달랐지만 인류를 향한 계획과 목적을 갖고 계신 하나님을 믿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며 “하나님께서 그런 두 사람이 냉전 체제 종식을 위한 협력자가 되게 하셨다”고 밝혔다.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