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 기록된 ‘애굽’… 아브라함·요셉·모세의 역사 현장, 이사야 “내 백성” 칭하며 축복 예언도

입력 2011-02-07 17:35

소용돌이 속 이집트는 성경의 애굽이다. 아프리카 동북부 나일강 유역에 위치한 애굽은 5000년 역사를 가진다. 나일강 유역은 애굽 땅의 4%를 차지하며 전 인구의 96%가 이곳에 살고 있다. 애굽인들은 다양한 신을 믿었다. 대표적 신으로 ‘라(Ra)’ ‘프타(Ptah)’ ‘오시리스(Osiris)’ ‘이시스(Isis)’ 등이 있으며 풍요와 질병 등 자연의 능력을 나타내는 수많은 신이 있었다.

애굽은 한국교회 신자들에겐 이스라엘 다음으로 친숙한 이름이다. 이스라엘 역사와 궤를 같이 해왔기 때문이다. 애굽은 성경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두루 등장한다. 첫 장면은 창세기 12장부터 시작된다.

아브라함이 가나안에 정착했다가 기근 때문에 애굽으로 내려간다(10절). 애굽 등장 첫 장면이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복의 근원으로 삼고 ‘땅의 모든 족속이 너로 말미암아 복을 얻을 것’(3절)이라는 선교 명령 직후에 나온 것은 기막힌 조화다. 이는 이사야 예언(사 19:24∼25)에서 확인된다. 아이가 없던 아브라함은 아내의 여종인 애굽 사람 하갈 사이에서 이스마엘을 낳게 된다.

애굽은 다시 아브라함의 증손자 요셉과 함께 등장한다(창 39∼50장). 요셉은 애굽의 2인자가 됐고 가나안 땅에 기근이 생기자 자신의 가족들을 애굽으로 인도했다. 이후 400년간 이스라엘 사람은 애굽에 거주하며 자손이 번성했다(출 1:1∼7). 이후 애굽엔 새 왕이 일어나 이스라엘 백성은 종살이를 했고 때가 이르러 하나님은 모세를 보내 20세 이상 성인 남자 60만 3550명을 포함해 2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을 출애굽시킨다.

출애굽 이후에도 애굽은 이스라엘 역사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쳤다. 바로는 솔로몬에게 대항해 반역했던 여로보암을 받아들였다(왕상 11:26∼40). 이후에도 유다 왕들은 애굽과 크고 작은 충돌을 일으켰고 요시야왕은 앗수르 군대를 돕기 위해 출정했던 애굽 왕 느고의 군인이 쏜 화살에 맞아 죽는다(대하 35:22∼23).

이사야 선지자는 애굽을 향해 놀라운 예언을 던진다. “그날에 이스라엘이 애굽 및 앗수르와 더불어 셋이 세계 중에 복이 되리니 이는 만군의 여호와께서 복 주시며 이르시되 내 백성 애굽이여, 내 손으로 지은 앗수르여, 나의 기업 이스라엘이여, 복이 있을지어다 하실 것임이라”(사 19:24∼25)

‘내 백성’ 애굽은 신약에서도 등장한다. 호세아 선지자의 예언 “내 아들을 애굽에서 불러냈거늘”(호 11:1)은 예수께서 헤롯왕의 핍박을 피해 애굽으로 내려간 사건을 성취한다(마 2:15).

애굽왕 바로의 면면을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다. 아브라함의 아내 사래를 취한 바로(창 12:10∼20), 요셉이 꿈을 해몽해 준 바로(창 40:1∼41:57), 요셉을 모르는 새 왕(출 1:8), 하나님의 10가지 재앙을 겪은 바로(출 5:1∼15:21), 자신의 딸을 솔로몬과 결혼시킨 바로(왕상 9:16∼24), 르호보암왕 때의 애굽왕 시삭(왕상 14:25∼26) 등이다.

애굽의 축복은 이집트 원주민 콥트족으로 이어진다. 1세기 중엽 마가의 선교로 콥틱교회가 시작됐고 이후 사막의 수도사들에 의해 수도원 운동이 확산됐다. 또 아타나시우스와 같은 걸출한 지도자를 배출했다. 이집트 문명이 집약된 제2의 도시, 알렉산드리아는 3∼4세기 교회의 스승들이 활동했던 대표적인 지역이었다. 그리스 출신 클레멘스와 그의 제자 오리겐 등이 대표적 학자였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