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낀 날’ 미세먼지, 황사만큼 심하다

입력 2011-02-08 00:51


안개 낀 날 미세먼지 오염이 황사가 발생했을 때만큼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 어린이, 호흡기 질환자 등 취약 계층은 외출할 때 마스크를 쓰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환경부는 지난해 1∼9월 측정한 서울시 미세먼지 일평균 농도 상위 30일 가운데 9일이 안개의 영향인 것으로 분석됐다고 7일 밝혔다. 8일을 차지한 황사보다 빈도가 높다. 농도도 황사 발생일 못지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기 중에 안개가 생기면 가스 형태로 떠돌던 오염물질이 수증기와 결합해 덩치가 커지면서 입자상 물질(먼지)로 바뀌고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진다. 바람이 불지 않아 안개가 걷히지 않고 지상에 오래 머무르면 오염은 더욱 심해진다.

안개는 지표면 부근의 공기 속 수증기가 응결되면서 미세한 물방울을 이루는 것으로 구름과 생성 원리가 같다. 요즘처럼 갑자기 기온이 상승하면 상대적으로 차가운 지표면에 따뜻한 공기가 스치면서 수증기가 응결돼 안개가 발생한다.

조사 기간 중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았던 날은 황사가 발생했던 3월 16일로 216㎍/㎥를 기록했다. 하지만 2∼4위는 6월 17일(147㎍/㎥), 5월 21일(138㎍/㎥), 5월 20일(137㎍/㎥)로 모두 안개 때문이었다. 황사가 발생했던 1월 25일(5위·125㎍/㎥)보다 높은 수치다. 중국에서 바람을 타고 날아온 오염물질이 한반도 상공에 머무는 동안 바람이 약해지고 안개가 발생하면서 미세먼지 농도가 급상승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파가 물러가고 평년 기온을 회복하면서 안개가 계속된 지난 2일부터 닷새 연속 서울시의 미세먼지 일평균 농도는 100㎍/㎥를 넘었다. 한파로 안개가 발생하지 않았던 1월 중엔 30∼56㎍/㎥에 그친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특히 3∼6일 미세먼지 농도는 130∼150㎍/㎥로 ‘나쁨’(121∼200㎍/㎥) 수준으로 악화됐다.

서울시는 이 범위에선 노인·어린이의 심한 옥외활동과 초등학교 실외 수업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기상청은 “안개 낀 날은 대기 중 수증기가 먼지를 흡착해 미세먼지 농도도 높은 경우가 많다”며 “호흡기 질환자나 노약자는 야외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서울시는 농도 200㎍/㎥ 이상인 상태가 2시간 넘게 계속되면 미세먼지 주의보, 300㎍/㎥ 이상이면 미세먼지 경보를 발령한다. 좋음(0∼30), 보통(31∼80), 민감군 영향(81∼120), 나쁨(121∼200), 매우 나쁨(201∼300), 위험(301∼600) 등 오염도별로 시민 행동요령을 권고하고 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