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사태, 선교적 관점에서 보니...
입력 2011-02-07 16:26
[미션라이프] 이른바 이집트 시민혁명이 격화되면서 이집트 차기 정권의 향배가 주목되고 있다. 미국과 협력하는 정권 수립이냐, 무슬림형제단을 중심으로 하는 행동파 정권이냐에 따라 중동의 내일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슬람교가 창시된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이지만 이슬람 종교와 정치철학을 완성하는 곳은 이집트다. 이슬람 대학 알 아즈하르는 그 산실이다.
동시에 이집트는 기독교의 땅이다. 사막 수도자를 비롯해 교회사에서 빛나던 변증가를 배출한 나라다. 지금도 8000만 이집트 인구 중 1200만명의 콥틱 기독교인들이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카이로에서 34년째 살고 있는 교민 김사라씨는 “사다트 전 대통령 암살 때에도 이런 혼란과 시위는 없었다”며 “이집트의 앞날은 불안하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한다”고 심정을 밝혔다. 현재 이집트 시국은 선교에 청신호가 될 수 있을까.
◇선교는 일단 긍정=현지 선교사와 중동 전문가들은 차기 정부가 미칠 선교적 전망에 대해 “긍정적이지만 속단은 이르다”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현지서 사역 중인 김영씨는 “새로운 정권이 국민과 미국 사이에 어떤 방향을 설정할 것인가에 따라 다른 아랍국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만약 미국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경우 유례없는 선교의 호기를 맞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씨는 선교의 호기와 관련, “기독교인에 대한 정책적 완화를 예측할 수 있으며 무너진 민심에 접근하기 쉬워 복음전파의 가능성도 확대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사회 변혁의 시기에 이집트 국민들의 정서를 잘 이해하고 접근한다면 복음전파의 기회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기독교인의 활약 여부에 따라 복음전파가 집중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이집트인들은 역사적으로 혼란한 시기엔 신에게 의지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예부터 자연을 신으로 숭배하며 변화무쌍한 자연현상 앞에 자신을 비우고 신을 찾았다. 이러한 ‘신심(信心)’이 변화의 시기에 발동하게 되면 복음이 들어갈 자리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이미 몇몇 선교사들이 그러한 징후를 포착하고 있다. 평소 인사만 하던 이웃이 마음을 열고 대화를 하고 있다. 콥틱 기독교인들은 불과 한 달 전까지는 알렉산드리아 교회 테러 사건으로 갈등을 겪다 지금은 무슬림 이집트인들과 함께 시위하며 이집트 앞날을 걱정하고 있다.
◇선교 과제=그렇다면 한국교회는 어떻게 선교를 할 수 있을까. 우선 이집트를 포함한 중동 아랍권 선교사 자원을 늘릴 필요가 있다. 지난달 24일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가 밝힌 ‘10대 파송국가’에는 아랍권 국가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중동 선교 관계자들에 따르면 전체 선교사의 3% 미만이 활동 중이라는 전언이다. 중동 선교는 후원에 비해 열매도 없고 시간이 걸린다는 마인드 자체를 변화시키지 않으면 요원하다.
김영씨는 “새로운 정권 출범에 따른 선교 재정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교회를 비롯해 각종 활동을 할 수 있는 건물 등의 공간 확보와 함께 비정구기구(NGO)를 통한 접근도 구체화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집트는 중동의 관문과 같은 곳이다. 정치 경제적 의미뿐 아니라 영적인 통로이기도 하다. 콥틱 신자와 현지 기독교인들은 13억 이슬람권에 전문인 선교사를 파송해 아랍 지역 곳곳에서 복음을 증거하고 있다. 이들과 협력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선교사 양성과 함께 필요한 것은 아랍과 이슬람 전문가 배출이다. 아랍인들의 정서와 사고방식을 이해하고 이슬람을 아는 전문가들이 필요하다. 그래야 선교적 호기를 파악해 복음을 전할 수 있다.
중동전문가 공일주 박사는 “현 시국은 이집트인들의 마음을 열어놓고 있어 복음 제시에 적기일 수 있다”며 “그러나 선교의 문이 열렸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일 수 있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