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발전 방안’ 그 길을 묻다] (중) 선거제도 변경

입력 2011-02-07 17:45


“민주적 운영체제+선거공영제가 최선… 대표회장-총무 러닝메이트제 채택도 대안”

현재 한기총 정관에 따라 선거제도를 바꾸려면 실행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뒤 총회에서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66개 교단과 19개 단체의 전적인 협조 없이는 쉽지 않다는 의미다.

지난해 선거제도 개편 시도가 실패했지만 앞서 2008년에도 대표회장을 선출하는 실행위원회 구조를 바꾸려다가 큰 좌절을 맛보았다. 당시 실행위원 수를 500교회당 1인으로 조정한 뒤 자유경선을 치르자는 안이 제시됐었다. 하지만 출석위원 62명 중 찬성 17표, 반대 및 기권 45표로 부결됐다. 위기의식을 느낀 군소교단의 표가 결집된 반면 개혁 세력은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데 실패하고 설상가상으로 표결에도 다수가 불참했기 때문이다. 만일 이때 개혁안이 통과됐더라면 현재 교세에 따를 경우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의 실행위원 수는 22명으로 2배 증가하게 된다. 이어 통합 16명(현재 9명), 합동개혁A 8명(5명), 백석 7명(5명), 기성과 기침 6명(4명), 대신 5명(4명), 고신과 기하성 및 기하성여의도순복음 4명(3명), 합동중앙과 중앙 3명(3명) 순이 된다. 회원 교단 중 12개(18.2%)만이 실행위원 수가 늘거나 현 수준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대다수 교단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실행위원 수를 무리하게 늘리기보다는 총회 대의원 수에 따라 선거를 치르는 게 더 합리적일 수 있다.

정관 제3장 제10조에 따르면 실행위원회에서 대표회장을 선출했더라도 총회가 임원(대표회장 포함)의 최종 인준권을 갖고 있다. 선출권과 인준권을 굳이 나누지 말고 총회에서 한꺼번에 이뤄지게 하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한기총 안팎의 여론을 종합해보면 총회에서 모든 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네 가지가 보장돼야 한다.

첫째, 공정한 선거자금 흐름 확보, 후보의 공약에 대한 철저한 검증 등 선거공영제를 채택하면 특정교단이나 인물에 휘둘리지 않고 역량 있는 목회자를 발굴할 수 있다. 한기총 재정구조상 대표회장의 개인적 후원 및 모금 능력이 출중해야 하기 때문에 후보를 낼 수 있는 교단은 10여개 정도에 불과하다. 그런 점에서 후보등록 시 내는 발전기금(선거공탁금)을 현재 1인당 5000만원에서 1억원 이상으로 올리고 이 기금 안에서 선거운동이 이뤄지도록 투명하게 관리하는 게 필요하다. 아울러 대의원들과의 공적 만남을 상설화해 일부 세력의 ‘표 매입’을 막고 생방송 공개토론회로 인물 됨됨이를 사회 앞에 낱낱이 밝혀 후보의 질도 향상시켜야 한다.

둘째, 총회에서 대표회장을 선출한 뒤 임원 및 상임위원장 인준이 이뤄지도록 대표회장 후보는 선거에 앞서 ‘섀도 캐비닛(그림자 내각)’을 구성, 당선이 확정되면 곧바로 임원 및 상임위원장을 발표케 해야 한다. 이럴 경우 각 교단이나 단체, 개별 대의원들이 미는 후보가 보다 명확해지고 대표회장의 임기만큼 공동으로 책임지는 문화를 만들 수 있다. 이는 표를 기반으로 한 음성거래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금처럼 임원 및 상임위원장 배분이 논공행상이나 청탁으로 이뤄지기보다는 예측 가능한 교계 인물이나 전문가들로 이뤄질 수 있다.

셋째, 총회에서 선출한다 해도 여전히 대의원 수가 적은 교단이 불만을 표출할 수 있기 때문에 가치중립적인 선거인단을 구성, 보강해야 한다. 한국교회의 민의를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기총 대의원들은 주로 50대∼70대로 이뤄져 있어 상대적으로 배려가 부족했던 20∼40대의 선거 참여를 고려해볼 만하다. 객관성을 확보한다는 가정 하에서 학원복음화협의회 등 대표적인 기독학생그룹들을 선거인단으로 활용하면 선거를 세대를 초월한 축제의 장으로 만들 수도 있다.

넷째, 총무 선출방식을 바꾸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정관 제10장 제36조에 따르면 총무는 대표회장과 직전 대표회장이 협의해 추천하고 실행위원회에서 선출한다. 임기는 3년이며 한 번 연임할 수 있다. 대표회장 임기가 1년인 현 정관을 바꾸지 않는다면 내년 대표회장과 총무를 동시에 총회에서 선출해봄 직하다. 만일 대표회장 임기를 2년으로 개정하면 총무 임기도 2년으로 바꾸고 대표회장과 총무 ‘러닝메이트제’를 채택, 이른바 대표회장은 외치(外治), 총무는 내치(內治)를 책임지는 이원집정구조를 상정할 수 있다. 이럴 경우 대표회장은 사역의 선택과 집중력을 높이고 격무를 줄일 수 있다. 총무는 보다 자율권을 갖고 내부 업무를 총괄할 수 있다.

한 실행위원은 “선거가 민의의 최대공약수이자 합의의 꽃이라는 점에서 선거제도는 필요하다”면서 “그러나 네 가지 방안은 한기총 구성원들이 보다 민주적인 운영체제를 갖겠다고 합의할 때만이 가능하다는 게 난제 중 난제”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위원은 “금권선거라는 불미스러운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회원들의 대승적 결단과 선언, 행동이 삼위일체를 이룬다면 세상 정치보다 정화하기 쉬운 게 한기총”이라며 “모두가 하나님 앞에서의 초심으로 돌아가면 훌륭한 선거문화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