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해적들을 변호함' 허태수의 영혼의 약국(87)

입력 2011-02-07 10:56

소말리아 해적을 변호함

외국 상선을 납치했던 해적들이 왕실 전용기를 타고 호사스럽게 국내로 압송되어 범죄 사실에 대한 조사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호송하는 경찰관을 째려보는 사진도 신문에 실렸고, 고분고분하게 대답을 잘 한다는 기사도 떴습니다. 그 때는 ‘참 무서운 놈들’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신문 모퉁이에 실린 해적들에 관한 단신 한 쪼가리가 마음에 ‘툭’ 걸립니다.

그들에게 제공되는 음식들, 이를테면 밥이라든지, 국수, 된장국 같은 한국 음식을 맛있게 잘 먹는다는 것입니다. 그러고는 ‘굿, 굿’하며 엄지손가락을 일으켜 세운다고 하니, 그 장면을 연상할 때에 ‘저들이 과연 죄를 짓고도 저렇게 음식을 잘 먹는 까닭은 뭘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생각이 이어지길, 저들은 애초에 배가 고파서, 배고픔 때문에 해적질에 나섰는지도 모를 일이다 싶은 겁니다. 그러니 저들은 애초에 남을 해꼬지 할 마음이 있어서가 아니라, 저들이 처한 사회적인 정황이 저들을 바다로 내몰아 남의 것을 빼앗게 하도록 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말리아(Somalia). 인구는 1000만 명이 조금 넘고, 케냐와 에티오피아를 등에 지고 절반이 인도양을 끼고 있습니다. 사회주의 성향으로 1991년 동구권이 붕괴되면서 나라가 거의 소멸 지경에 이릅니다. 1993~95년에는 미국과 같은 제국들이 자국의 전략적 이득에 따라 무장 침공을 했고, 2006~2009년엔 에티오피아 침략을 받습니다. 이렇게 국가의 뼈대는 허물어지고, 끊임없는 외세의 침공으로 국민들의 삶은 황폐해졌습니다. 오죽하면 ‘신이 버린 땅’ ‘슬픈 나라’라고 불릴까요.

그러면 이해가 됩니다. 저들이 그토록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낯선 이국의 음식을 맛나게 먹는 까닭을 말입니다. 저들은 너무 오랫동안 배가 고팠던 것입니다. 그렇다고 그들이 저지른 상선 납치 행위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지만, 중보기도를 아침마다 하늘에 올리는 우리들로서는 세상의 법과 다른 이해와 접근이 필요합니다. 민족주의 감정으로 저들을 심판하려고 하기 이전에, 긍휼과 자비 그리고 ‘일용할 양식’에 관한 주님의 가르침을 올바르게 상고해야 할 것 같습니다.

“네 생각에는 이 세 사람 중에 누가 강도를 만난 자의 이웃이 되겠느냐.”(눅 10:36)

허태수 목사(춘천 성암감리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