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 ‘레이건 열풍’에 빠지다… 강력한 리더십·경제 회복·유머가 그리워
입력 2011-02-06 21:15
미국 사회에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열풍이 불고 있다. 6일(현지시간)은 그의 탄생 100주년이다. 미국 유력 정치인들은 앞 다퉈 레이건 추모에 열을 올렸다. 일반 미국민은 레이건 정부 시절의 ‘강력한 미국’을 생각하며 그를 그리워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 패배 이후 그의 규제 완화와 감세 연장, 친기업 정책 등은 ‘레이건 따라하기’로 평가받는다.
미국민에게 ‘레이건 대통령’의 이미지는 ‘강력한 미국’ ‘미국의 부활’ ‘위대한 소통자(great communicator)’ ‘국가적 리더십’ 등이다. 레이건이 대통령에 당선된 1980년은 이란 대사관 미국인 인질 사태가 벌어졌고, 미국 사회는 베트남 전쟁 패배의 상처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실업률은 10%를 오르내리는 등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대통령에 취임한 레이건은 국민들에게 긍정적인 비전을 제시하며, 감세와 규제완화 중심의 경제정책, 이른바 ‘레이거노믹스(Reaganomics)’로 경제를 회복시켰다. 지금도 보수 세력은 그가 ‘미국의 성장 동력을 되살려 놨다’고 평가한다. 군사적으로는 ‘강력한 미국’을 기치로 군비 확장 정책을 썼다. 이는 당시 소련의 무리한 대응을 유발시켜 소련 붕괴의 결과로 이어졌다고 학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레이건 시대를 재조명하는 TV 프로그램에서 60대 이상의 많은 사람은 “그때가 미국이 번영(prosperity)했던 시절”이라고 답하고 있다. 물론 레이거노믹스가 재정과 경상수지에서 쌍둥이 적자를 심화시키고, 중산층을 무너뜨리는 환경을 조성했다고 반박하는 학자들도 있다.
정치적 여유와 유머를 바탕으로 한 국민과의 소통도 레이건 열풍에 한몫하고 있다. 언론들은 그 시절의 에피소드를 전하면서, 현재의 팍팍한 정치와 비교하고 있다.
“공화당은 매일 매일이 7월 4일, 민주당은 1년 365일이 4월 15일이지요.” 어느 자리에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양당을 비교한 말이다. 4월 15일은 세금보고 마감일, 누구나 ‘열 좀 받는’ 날이다. 전임 지미 카터 민주당 정권의 경제 실패를 꼬집은 것이다. 7월 4일은 미국민 최대 축제인 독립기념일로,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시키는 공화당에 비유한 것이다. 1981년 3월 30일 워싱턴DC 힐튼호텔 앞. 정신이상자 존 힝클리가 발사한 리볼버 권총의 탄알 파편이 레이건 대통령의 가슴에 박혔다. 그는 조지워싱턴 대학병원으로 이송됐고, 생사를 다투는 위급 상황에서도 응급의료진에게 한 첫마디는 “당신이 공화당원이길 바란다”는 유머였다.
1984년 대선 재선운동에선 상대방 월터 먼데일 후보가 TV토론에서 70대 고령인 자신을 대놓고 공격하자 “당신이 너무 젊어서 경륜과 실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선거 이슈로 삼지 않겠소”라고 제압했다. 이후 더 이상 ‘고령 후보’라는 말을 듣지 않았다. 이 같은 유머와 여유는 그를 ‘위대한 소통자’로 국민들에게 각인시켰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