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 딴 카자흐스탄 ‘피겨의 희망’ 데니스 텐, 의병장 민긍호 후손
입력 2011-02-06 18:54
지난 3일과 4일 이틀간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국립실내사이클경기장에서 열린 동계아시안게임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부문 금메달리스트 데니스 텐(18·카자흐스탄)의 몸에는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
텐은 구한말 강원도 일대에서 의병장으로 활약했던 민긍호(閔肯鎬·?∼1908) 선생의 후손으로 텐의 할머니 김 알렉산드리아가 민 선생의 외손녀다. 특무정교를 지낸 민 선생은 1907년 8월 말 일제가 원주진위대를 해산하려 하자 300명의 병사를 이끌고 의병을 일으켜 일제에 맞섰다. 또 다른 의병장인 이강년의 부대와 연합해 충주지방 탈환 전투를 벌인 것을 비롯해 홍천, 춘천 등 강원도 일대에서 일본군과 여러 전투를 벌이다 1908년 2월 순국했다.
이 같은 인연 때문인지 2002년 10살 때 세계합창대회 단원으로 한국을 처음 방문한 텐은 2009년 그랑프리 피겨대회, 2010년 1월 4대륙 피겨대회, 같은 해 4월 볼쇼이 아이스쇼 갈라쇼 등을 위해 자주 한국을 찾으며 한국에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한국 팬과 교류하기 위해 한국어로 된 인터넷 팬 페이지(denisten.kr)도 운영 중이다.
카자흐스탄에서 ‘피겨 스케이팅 희망’으로 불리며 최고 인기를 누리는 텐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카자흐스탄 역사상 첫 남자 싱글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특히 피겨 남자 싱글 부문은 일본과 중국 선수들이 번갈아가며 우승을 차지해온 종목으로 7회째를 맞은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일본과 중국 선수를 제외한 우승자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일 쇼트 프로그램에서 76.22점으로 높은 점수를 받은 텐은 대회 전 다친 발목이 온전치 않은 듯 4일 프리스케이팅에서는 착지가 흔들리는 등 부진했으나 합계 2.01점 차로 아슬아슬하게 일본의 무라 다카히토를 제치고 우승했다.
텐은 경기 후 “지난해 1월 전주 4대륙선수권대회를 마치고 원주에 있는 할아버지 묘소에 다녀왔습니다. 거기서 돌을 하나 가져와 힘들 때마다 들여다보곤 했습니다”고 말해 자신의 뿌리에 대한 남다른 자긍심을 나타냈다.
김현길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