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조폭 ‘흑사회’ 한국에 마약 유통… 국내 14개 폭력조직과 연계 필로폰 20만명분 반입

입력 2011-02-06 18:38

2005년 제작된 홍콩 영화 ‘흑사회(黑社會)’는 마약 등 이권 다툼을 벌이는 중국 폭력조직의 내부 갈등을 그렸다. 돈 되는 일이면 뭐든 하는 흑사회 조직 생리가 영화를 관통한다.

중국 조폭을 통칭하는 흑사회가 한국 마약 시장에도 진출한 사실이 확인됐다. 한국의 14개 폭력조직과 연계해 최대 20여만명 투약 분량의 필로폰을 국내에 유통시킨 흑사회 조직원들이 검찰에 처음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김희준)는 2009년 9월부터 지난달까지 부산 유태파, 서울 청량리파, 의정부 신세븐파, 충남 논산파 등 국내 14개 폭력조직에 시가 198억원 상당의 필로폰 5.95kg을 유통시킨 혐의(마약류 관리법 위반)로 흑사회 선양파 두목인 조선족 정모(35)씨와 선양파 조직원 3명 등 중국 조폭 4명을 구속기소했다고 6일 밝혔다. 검찰은 이들에게 필로폰을 넘겨받아 국내 판매를 총괄한 유태파 고문 김모(56)씨, 중간 유통에 가담한 다른 폭력조직원 8명 등 국내 조폭 9명도 함께 구속기소했다.

중국 두목 정씨는 북한산으로 추정되는 질 좋은 필로폰을 중국 옌타이항에서 부산항으로 가는 소규모 냉동어선에 실어보냈다. 대형 선박은 한국 해경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 피했다. 밀수 필로폰은 해운업계 관행상 어선 안전을 고려해 검문을 거의 하지 않는 선장실에 숨겼다. 이렇게 부산항으로 들어온 필로폰은 국내 총책 김씨가 부산 시내 은밀한 장소에서 각 폭력조직의 마약 운반 행동대장들에게 분배했다. 중국으로 가야 할 필로폰 대금은 정식 계좌가 아닌 환치기 계좌로 송금되거나 자금을 쪼개 밀반출하는 수법이 동원됐다.

수사기관 단속을 피하기 위해 김씨는 ‘산타(마약을 나눠주는 사람을 뜻하는 은어)’로 불렸다. 김씨는 통화할 때 반드시 공중전화만 이용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국내 폭력조직들은 필로폰 품질을 확인하기 위해 상습투약자에게 해당 필로폰으로 투약 실험까지 했다.

검찰 관계자는 “국내에 마약을 판매한 중국 흑사회 조직원들을 검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국내 조폭들도 전통적인 조직간 경계가 무너지면서 이권을 위해 합종연횡 하는 마피아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용훈 기자 co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