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어디로 가나] 중동 권력자들도 장기집권 포기·개혁 잇단 선언
입력 2011-02-07 01:13
아랍권의 맹주 이집트에서 민주화 요구 시위가 확산되자 주변국 권력자들이 대국민 유화책을 펴고 있다. 위기의식을 느낀 나머지 장기집권 포기를 선언하거나 개혁조치 등 자구책 마련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는 5일(현지시간)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2014년 임기를 마치면 3선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달부터 현재 월급의 절반만 받고 나머지는 국고에 귀속시키겠다”고 덧붙였다.
튀니지와 국경을 맞댄 알제리에선 압델아지즈 부테플리카 대통령이 19년을 유지해온 비상계엄령의 해제를 약속했다.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3일 국영 APS통신을 통해 “아주 가까운 시일 안에 비상계엄령을 해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야권은 정부가 거리시위 금지 구실로 비상계엄령을 이용하고 있다며 철회를 요구해 왔다.
하마드 빈 이사 알할리파 바레인 국왕은 3일 식품가격 급등에 따른 서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식량 보조금과 사회보장비의 증액을 정부에 지시했다.
반정부 시위가 격화된 예멘에서는 33년째 권좌를 지키고 있는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이 지난 2일 2013년 임기 종료와 함께 퇴진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직을 아들에게 세습하지도 않겠다고 약속했다. 살레 대통령은 올 초 집권당인 국민의회당(GPC)을 통해 대통령 연임 규정을 없앤 헌법 개정안을 의결, 종신 대통령제 방안을 추진하다 야당과 국민들의 강한 반발을 불렀었다.
입헌군주국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은 1일 개혁에 지지부진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사미르 리파이 총리 내각을 전격 해산하고 장성 출신인 마루프 비키트 전 총리를 총리로 재기용해 새 내각을 꾸렸다. 국왕은 이례적으로 이슬람 지도자들을 만나 정치·경제 개혁 방안을 논의하면서 국민의 불만 해소에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튀니지와 이집트를 강타한 반정부 시위는 수단에 이어 쿠웨이트로도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쿠웨이트의 청년단체인 ‘5번째 펜스(Fifth Fence)’는 8일 국회의사당 밖에서 대규모 시위를 열자고 6일 제안했다.
또 중동에서 시작된 반정부 시위는 유럽까지 확산되고 있다. 유럽 내 이슬람 국가인 알바니아는 정부의 부정부패에 항의하며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2주째 이어지고 있다. 4일에도 야당인 사회당 주도로 수도 티라나 등 4개 도시에서 10만여명이 참가한 시위가 열렸다. 이슬람교도가 많은 세르비아도 5일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7만여명이 참가한 시위가 열렸다. 야당인 진보당이 주도한 시위에서 시민들은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를 규탄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