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어디로 가나] 美 정보기관 ‘아랍 시위’ 예측 빗나갔다
입력 2011-02-06 18:30
이집트 사태에 대한 미국 정부의 판단이나 대응이 애매모호하고, 정보기관의 분석도 틀린 것으로 드러났다. 또 미 정부 내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혼선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튀니지·이집트 사태와 관련된 정보기관의 잘못된 분석에 대해 상당한 실망감을 표출했다고 뉴욕타임스(NYT)와 AP통신 등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에게 튀니지 정권 붕괴를 예측하지 못한 “정보당국에 실망했다”고 경고성 입장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미 정보당국은 튀니지 사태 초기 단계에 보안군이 정권을 보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보안군은 그러지 않았고, 결국 정권은 붕괴됐다. 정보당국은 이집트 사태에서도 사전에 거의 주목하지 않다가 대규모 시위가 나타나자 집중 점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백악관, 국무부 등은 이집트 사태와 관련해 사전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했다.
정부 내 목소리도 제각각이었다. 이집트 특사인 프랭크 와이즈너는 이날 이집트의 권력이양 과정에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계속 현직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하지만 곧바로 행정부 고위관계자는 언론에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라고 와이즈너의 언급을 강력 부인했다.
지난달 28일엔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이 이집트 정부의 개혁을 압박하기 위해 “이집트 원조정책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틀 뒤 힐러리 클린턴 장관은 “지원 감축 계획이 전혀 없다”고 뒤집었다.
특히 대규모 시위가 처음 일어난 지난달 25일 클린턴 장관은 “이집트 정부가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외교적으로 당연히 무바라크 대통령에 대한 지지 입장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이후 클린턴 장관은 “이집트 정부가 정치, 경제, 사회 개혁의 중요한 전기를 맞았다”(26일) “이집트 정부가 대응을 자제해야 하고, 민주화를 원하는 시민들의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28일) “국민 요구에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30일) 등 발표 내용이 점차 달라졌다. 결국 오바마 대통령은 4일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즉각적인 권력 이양을 촉구, 무바라크 포기를 시사하면서 우회적으로 사퇴 압력을 넣었다.
이런 사례들은 정보기관이나 관련 공관들이 정세 판단을 위해 보고한 정보들이 충분치 않거나 정확하지 않다는 걸 시사한다. 정부 내 의견 조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방증한다고 언론들은 분석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