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금 미소재단으로 술술… 토종 ‘마이크로크레디트’ 고사 위기
입력 2011-02-06 18:26
2001년부터 저소득 서민층을 상대로 마이크로크레디트(무담보소액대출) 사업을 벌여오던 ‘사회연대은행’은 지난해 미소금융중앙재단이 선정하는 ‘복지사업자’ 공고에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사연은 이랬다. 이전 같으면 이 단체로 들어오던 기업의 기부금 등이 미소재단으로 몰리면서 복지사업자로 선정돼야만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지만 계약 조건이 비현실적이어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는 것. 결국 지난해 정부와 자치구 등에서 40억원가량의 지원금으로만 운영됐다. 전년도 90억원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다.
◇위기의 토종 서민금융 ‘어찌하리오’= 자생적인 민간 마이크로크레디트 기구들의 설 곳이 줄어들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재원 확보다. 과거 이 사업은 정부의 정책자금과 기업의 후원금이 합쳐져 이뤄졌었다. 그러나 2009년 11월 미소재단이 생긴 뒤부터 상황은 바뀌었다. 자금의 활로였던 기업 기부금이 미소재단으로 집중되면서 자금줄이 끊기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민간단체는 사회연대은행, 신나는 조합, 사회복지은행 등 기존 기구와 대기업과 은행에서 운영하는 재단까지 총 30여곳이다.
이후 민간단체들은 독자적으로 펀딩에 나서야 했다. 또 미소재단으로부터 자금을 받기도 했다. 미소금융 사업의 근거법인 ‘휴면예금관리재단의 설립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미소재단은 민간 사업자를 복지사업자로 지정하고 ‘복지사업지원계약서’를 체결한 뒤 자금을 지원한다. 그나마 2009년 말까지만 해도 고사 위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사업자 선정 조건이 까다로워지면서 한계에 봉착했다. 대출 상환율을 95% 이상(미소재단 지난해 대출 상환율 87%) 유지하고, 매년 대출재원의 2%를 복지사업자 자체 자금으로 예납해야만 받을 수 있게 내민 조건 때문이다. 미소재단 측은 은행의 휴면예금(예금자들이 찾아가지 않는 소액 예금)과 기업의 기부금으로 기금을 마련하는데 이 중 민간서민금융 기구에는 주인이 있는 휴면예금 자금만을 지원하게 돼 있어 엄격한 기준을 정해 운용해야 한다고 이유를 댔다.
◇“올해는 규정 바뀌어야 할 텐데”=미소재단은 올해도 ‘복지사업자’ 선정 공고를 낸 상태. 그러나 이들 토종 단체들은 이 재원마저 받지 않으면 더욱 상황이 악화될 것을 알면서도 신청을 망설인다. 신나는조합 관계자는 “공청회 등을 통해 어려움을 토로하긴 했지만 각 단체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며 “올해 미소재단이 복지사업자들과 협약할 때 어떤 내용을 개선할지 확인되지 않는 상태라 좀 더 지켜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신청을 포기한 사회연대은행 관계자도 “지난해 운영이 어려웠기 때문에 올해는 신청 여부를 놓고 내부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미소재단 역시 이 부분 때문에 고민이 없진 않다. 국정감사 등을 통해 따가운 지적을 받았던 터라 해당 조건을 그대로 가져갈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