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국표류 부담에 등원 합의했지만… 靑 “금주 영수회담 시간촉박” 난색
입력 2011-02-07 01:17
지난해 12월 8일 여당의 예산안 강행처리 이후 파행을 거듭하던 국회가 가까스로 정상화를 눈앞에 두게 됐다. 한나라당 김무성,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오는 14일부터 2월 임시국회를 열기로 6일 합의한 것은 구제역 사태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국회가 장기 표류하는 데 대한 여론의 따가운 시선이 피차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과 민주당 손학규 대표 간 영수회담 문제가 걸림돌이 될 수도 있어 국회 정상화가 제대로 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민주당 요구대로 14일 이전에 영수회담이 성사되고, 예산안 강행처리에 대한 이 대통령의 사과나 유감 표시 등 적절한 입장 공개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는 국회 정상화 합의 자체가 백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주 영수회담이 열려서 대통령이 예산과 법안 날치기에 대해 적정한 수준의 말씀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또 그렇게 해줘야만 여야 관계가 봄날처럼 풀려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수회담 당사자인 손 대표 역시 “등원을 하려면 최소한 이 대통령의 유감 표명이라도 있어야 한다. 그게 안 되면 등원할 수 없다”고 밝혔다고 측근이 전했다. ‘선(先) 회담-후(後) 등원’ 원칙인 셈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시간이 촉박하고 의제도 조율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금주 내 영수회담 개최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정진석 정무수석은 이날 민주당 양승조 대표비서실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영수회담은 그렇게 서두를 일도 아니고, 2월 국회의 전제조건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같은 청와대 반응에 민주당 내에서는 ‘원점 재검토’ 목소리가 만만치 않게 나오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박 원내대표가 평소 소신인 ‘등원 투쟁론’을 관철시키기 위해 무리하게 국회 정상화에 합의하면서 영수회담 부분을 분명하게 처리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손 대표는 합의 내용을 보고받고 크게 불만스러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지도부 간 엇박자가 나오면서 특히 손 대표와 박 원내대표의 갈등설도 불거지고 있다. 손 대표가 소집해 이날 밤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등원의 전제조건을 놓고 격론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2월 임시국회가 예정대로 열리더라도 여야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현안이 많아 난항이 예상된다. 구제역 사태와 아덴만 여명작전의 경우 야권은 의혹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 밖에 무상복지를 둘러싼 각종 쟁점, 개헌특위 구성 문제 등 논쟁적 이슈를 둘러싸고 격돌을 예고하고 있다.
김호경 엄기영 기자 hk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