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장관 "친이명박계가 뭉치면 개헌할 수 있다"

입력 2011-02-07 01:15

개헌 공론화의 분수령이 될 한나라당 의원총회(8일)를 앞두고 친이명박계 모임인 ‘함께 내일로’가 6일 서울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이재오 특임장관과 안경률 의원을 비롯한 친이계 의원 35명이 참석한 토론회에선 개헌 반대파들을 설득하기 위한 방안이 주로 논의돼 여권 내 개헌 추동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 장관은 모두발언을 통해 개헌 논의 경과를 설명한 뒤 “2007년 1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한 뒤부터 2011년 2월 1일까지 개헌 논의는 계속 이어져 왔다”며 “개헌 논의가 느닷없이 정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역사적 진실과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 이상인 나라 중 대통령제를 하는 나라는 연방제 국가인 미국 스위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정도이며, 국가 청렴도 상위 20위권 나라 중 대통령제는 전무하다”며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 의지를 거듭 피력했다. 이 장관은 이어진 비공개 토론에서 “친이명박계가 뭉치면 개헌할 수 있다”며 참석 의원들의 단결을 독려했다. 또 “이번에 안 되면 다음(19대 국회)에 하면 된다는 패배주의를 극복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발제자로 나선 의원들은 현 헌법체계의 취약성, 현실과의 괴리 등을 지적하며 개헌이 17대 국회에서 이미 당론으로 확정된 사안이라는 점을 역설했다. 권택기 의원은 “개헌 추진은 2007년 4월에 이미 당론으로 확정됐고, 이번 개헌 의총은 개헌당론의 집행을 요구하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장제원 의원은 “권력구조뿐만 아니라 기본권 문제, 영토조항 등에 권위주의 시대 헌법의 잔재가 있어 개헌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참석 의원들은 17대 국회 때 합의된 당론을 이행하기 위해 당내에 개헌특위를 구성하고 야권과의 개헌 협상에 임할 것을 의총에서 지도부에 촉구키로 했다.

이날 토론회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일 신년 방송좌담회에서 연내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한 뒤 열린 첫 모임이어서 그동안의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한 참석자는 “이제 개헌 논의에 대통령 의지를 확인한 만큼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필요성과 당위성만을 가지고 임했던 지난 ‘세종시 수정안’을 반면교사로 삼아 친박근혜계 의원과 야권을 설득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주문도 쏟아졌다”고 전했다. 차명진 의원은 대통령으로의 권력 집중은 개헌이 아닌 법률 개정을 통해서도 보완할 수 있다고 말하다가 이 장관으로부터 개헌 외에는 안 된다는 반박을 듣고 발언을 중단하기도 했다.

앞서 이 장관은 설 연휴인 지난 4일 서울 구산동 자택을 방문한 기자들에게 이 대통령의 개헌 필요성 발언 배경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금융위기도 이겨내고, 4대강 사업도 어느 정도 진행된 상황에서 대통령은 남은 임기 중 선진화 토대를 만들기 위한 마지막 과제로 정치개혁을 이루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소개했다.

이처럼 친이계가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지만 한나라당 내 친박계와 야당의 반응이 여전히 냉랭해 국회 차원의 개헌 논의에 탄력이 붙을지는 불투명하다. 2월 국회 정상화 합의 후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국회 개헌특위 구성과 관련, “8∼10일 열릴 한나라당 개헌 의총 결과를 보고 다시 대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한나라당 의총도 있고 영수회담도 있으니까 조금 지켜보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한장희 유성열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