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판장 김두찬씨 “선장 난사 곁에서 목격 당시 떠올라 악몽 나날”
입력 2011-02-06 21:33
“시간이 지나면서 끔찍했던 기억들이 떠올라 잠을 이룰 수 없어요. 정말 고통스러워요.”
삼호주얼리호 석해균(58) 선장과 함께 이불을 덮고 있다가 총격을 목격했던 갑판장 김두찬(61)씨는 6일 당시의 악몽이 다시 떠오르는 듯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눈엔 핏발이 서고 얼굴은 검붉게 굳어졌다.
석 선장과 함께 ‘아덴만의 영웅’으로 불리는 김씨는 지난 2일 귀국해 가족들과 함께 설을 보낼 때까지만 해도 감격해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러나 기쁨과 안도의 순간도 잠시, 시간이 흐르면서 당시의 끔찍했던 상황이 떠오르는 듯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는 “정말 잊고 싶은 기억들이 생생하게 떠올라 잠을 이룰 수 없어 괴롭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김씨는 인근 헬스장과 찜질방에서 뒤척이다 밤 10시가 넘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외부와 접촉하지 않기 위해 휴대전화도 없이 움직였다.
불면증은 물론 대인기피증, 심한 불안감, 우울증 등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는 “동료 선원들도 증상이 모두 비슷한 것 같았다”며 “하루 빨리 심리치료를 받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선원들에게 임무를 할당하고 구명정 점검과 건강체크 등 모든 궂은일을 맡아 하는 갑판장인 김씨는 선박 피랍부터 구출까지의 전 과정을 누구보다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생포된 마호메드 아라이(23)가 석 선장에게 ‘캡틴’(선장)이라고 소리친 뒤 AK 소총을 난사했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나도 이제 죽었구나’하고 모든 것을 포기했었다”고 털어놨다.
설인 지난 3일 의식을 일시 회복했다 급성 호흡부전증으로 호흡장치를 재부착한 채 치료를 받고 있는 삼호주얼리호 석 선장의 폐 기능이 서서히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석 선장이 완치되는 데 예상보다 상당 시일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아주대병원 관계자는 이날 “석 선장의 폐 기능에 큰 차도는 없지만 서서히 좋아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석 선장이 기관튜브(호흡관)·인공호흡기 재부착 후 혈압과 맥박, 체온, 소변량, 혈소판 수치 등에서 안정적인 활력징후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국종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은 “장기전이라서 수치의 작은 변동에 일희일비할 시기는 지났다”며 “한동안 석 선장은 호흡기 석션(suction)을 낀 채 치료를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산·수원=윤봉학 김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