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고공행진]수도권 치솟더니… 광역시도 두자릿수 껑충
입력 2011-02-06 19:43
지난해 대전시는 ‘전세와의 전쟁’을 벌였다. 2009년 2분기부터 지난달 28일까지 약 2년여간 전셋값이 전국 최고 수준인 33.1%나 급등했기 때문이다. 주택 공급량이 적지는 않았다. 지난해에만 아파트 1만891가구, 도시형주택 202가구, 다가구주택 8611가구 등 국토연구원 권장량(1만2000가구)보다 많은 1만9704가구의 주택을 공급했다. 그러나 전셋값은 여전히 상승일로(上昇一路)였다.
결국 대전시는 지자체 예산의 한계를 절감하고 국토해양부에 현재 35%인 보금자리주택의 임대 의무 비율을 과거 국민임대주택 수준(60%)으로 올려 달라고 요구했다. 또 세입자 보호를 위해 법무부에 임대차 보호 기간을 2년에서 5년으로 늘리고, 연간 임대차 보증금 인상 상한선을 5%에서 3%로 낮춰 달라며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요청했다. 중앙정부에 SOS를 보낸 것이다.
수도권에서 시작된 전세대란이 광역시를 중심으로 전국으로 번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광역시 관계자는 “대장주(수도권)가 치솟고 나니 이제 잡주(광역시)가 뛰고 있다”면서 “부동산 투자 패턴이 바뀐 만큼 정부가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강변 따라 전셋값 ‘도미노 효과’=같은 기간 서울은 25개 자치구 가운데 10% 미만 상승한 곳은 없는 반면 20% 이상 상승한 지역이 8곳이나 된다. 서초(33.1%) 송파(24.9%) 강남(23.4%)구를 중심으로 강서(23.9%) 양천(22.5%) 광진(22.2%) 용산(22.0%) 강동(21.5%)구 등 한강변을 따라 전셋값 연쇄상승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대전시와 함께 전국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서초구의 경우 20평형대 아파트는 전세 품귀현상을 겪고 있다. 서울 방배동의 A부동산 관계자는 “8년 된 E아파트 23평형 매매가가 5억원인데 전세가가 3억2000만원에 형성될 정도로 작은 평수는 전세 구하기가 어렵다”면서 “집을 사기에는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인 9억원 초과(1가구 1주택자 기준) 매물이 많다 보니 학군이 좋은 이곳에 전세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강북 지역의 전셋값 상승세도 가파르다. 용산구와 인접한 마포구와 성동구는 각각 19.6%, 18.2%나 올랐다. 전통적으로 전세 수요가 많고 뉴타운 이주가 대부분 마무리된 강북(18.8%) 성북(15.4%)구와 비교적 학군이 좋은 노원구(16.5%)도 전셋값 상승을 이끌고 있다. 또 서대문구와 관악구의 경우 지난달 28일 기준으로 각각 전셋값이 매매가의 52.2%와 51.0%를 기록해 절반을 넘어섰고, 성북·중랑·동대문·구로·중구 등 5개구도 모두 전셋값이 매매가의 49%대를 넘어섰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부동산연구소장은 “매매가가 떨어져 전셋값에 근접한다면 거품이 꺼진다고 볼 수 있지만 지금은 전셋값이 치솟아 매매가를 추격하는 모양새”라며 “이 경우 서민 주거비가 급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장주가 뛰고 나니 잡주도 뛴다”=경기도는 평균 전셋값이 17.3% 오르면서 서울 상승률(20.2%)을 추격하고 있다. 성남시 분당구는 집값은 평당 16만원(1.7%) 내렸지만 전셋값이 평당 121만원(22.7%)이나 오르면서 가장 많이 올랐다. 정발산동 등 고급 주택가가 많은 고양시 일산동구도 집값은 4.2% 내렸지만 전셋값은 8.9% 오르며 상승세를 이끌었다.
수도권에 비해 비교적 잠잠했던 지방 광역시들도 전셋값이 들썩이고 있다. 세종시 개발 여파 등으로 매매·전셋값이 급등한 대전시는 물론 부산(28.1%) 울산(14.7%) 대구(13.3%) 인천(12.8%) 광주(10.8%) 등도 모두 두 자릿수 이상 상승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2006~2007년 수도권 버블세븐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오를 때에도 지방은 거의 수평 상태를 유지했었다”면서 “그때 소외됐던 광역시들이 지금 무섭게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시 관계자도 “전셋값 상승세를 막으려면 임대아파트가 선진국 수준인 15% 정도 돼야 하지만 현재 9.8%밖에 안 된다”면서 “예산 때문에 무작정 주택 공급을 확대할 수도 없어 사실상 지자체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소형 주택 관련 조례를 완화하는 정도밖에 없다”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정부가 단기 대책을 내왔지만 전세 변동률은 여전히 커지고 있다”면서 “당장 전셋값을 낮추거나 시장을 안정시킬 만한 요인이 많지 않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전셋값이 두 자릿수 이상 비율로 오른 전세대란은 1997년 외환위기 여파로 30% 이상 급등했던 1999년 이후 이번이 네 번째다.
강준구 김아진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