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권기석기자, 埃 타흐리르 광장 르포… “내일이 아닌 지금” 민주화 함성 메아리

입력 2011-02-07 01:05


6일 오후 2시(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 중심 타흐리르 광장. 반정부 시위 13일째를 맞은 이날도 광장에는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반정부 시위대 앞에는 어른 키보다 높은 건물 더미와 불에 탄 자동차 등이 놓여 있었다. 지난주 친정부 시위대와 충돌을 빚은 과정에서 쌓은 바리케이드다. 친정부 시위대는 세력이 많이 약화된 모습이었다. 반정부 시위대는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아 한 덩어리인 것처럼 보이는 반면, 친정부 쪽은 오가는 사람 때문에 한산해 보이기까지 했다.

반정부 시위대는 “내일이 아니고 바로 지금 떠나라!”는 등 구호를 외쳤다. 시위대 몇몇은 이집트기를 흔들었다. 검은색과 붉은색이 섞인 이집트 국기와 불에 그을린 광장 옆 정부 건물이 묘한 조화를 이뤘다. 헬리콥터 2대가 거친 엔진음을 내며 시위대 머리 위를 맴돌았다.

이집트군은 외국인이 광장 모습을 카메라로 찍으려 하면 ‘노 포토’라며 손으로 가로막았다. 반면 내국인에게는 우호적이었다. 이집트인 몇몇이 탱크를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해도 군은 가로막지 않았다.

일부 시민은 이제 반정부 시위대와 정부 간 협상을 지켜보자는 목소리를 냈다. 시위대 대표 가운데 1명인 칼레드 압둘 하미드는 “무바라크 이후 체제에 대한 논의가 조금씩 진전되고 있다”고 말했다.

카이로 도심은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타흐리르 광장 주변은 하루 종일 극심한 정체로 몸살을 앓았다. 차를 타고 광장 주변을 지날 엄두가 생겼다는 얘기다. 타흐리르 광장과 맞닿은 번화가 탈라트 하르브 거리의 상점도 절반가량이 문을 열었다. 일부 상점은 철문을 반쯤 닫아놓고 장사를 해 언제 있을지 모르는 시위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은행도 1주일 만에 영업을 재개했다. 겨우 3시간에 불과했지만 돈을 인출하려는 사람들로 은행 앞에는 긴 줄이 이어졌다. 하지만 총을 들고 은행 앞을 지키는 군인의 모습은 모든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웅변했다. 관련기사 4·5면

카이로=권기석 특파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