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쇠고기 수입관세 내달 점진철폐 합의"

입력 2011-02-07 01:22

구제역이 확산되면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구제역으로 인해 국내 소비자들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경계심이 상당히 완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미국축산협회는 한국과 미국이 이르면 다음달쯤 미국산 쇠고기 수입 관세의 점진적 철폐안에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혀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가 다시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6일 미국육류수출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수입된 미국산 쇠고기는 8만4822t으로 전년보다 42.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전체 쇠고기 수입 증가율 16.2%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특히 구제역이 전국으로 확산되던 지난해 12월에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이 주당 평균 2000t 수준으로 높아졌고 연말에는 주당 2500t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 쇠고기 중 미국산 비중도 2009년 26.5%에서 지난해 32.5%로 높아져 1위인 호주산 쇠고기(53%)와의 격차를 좁혔다.

지난해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량은 7만5362t(26.1%)으로 전체 수입 돼지고기 가운데 1위였다. 업계 관계자는 “구제역 파동으로 국내산 육류 공급이 감소하고 국내 육류에 대한 불안 심리까지 겹칠 경우 수입 육류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축산협회는 이르면 다음달쯤 한·미 양국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관세의 점진적 철폐안에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3일(현지시간) 밝혔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콜린 우달 미국축산협회(NCBA) 정부 담당 부회장은 이날 덴버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해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산 쇠고기 관세에 관한) 한국과 미국 간 최종 협상과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타결안이 봄에 의회의 승인을 받기 위해 의사당으로 보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것이 우리가 기대하는 시기”라면서 “다만 의회가 언제 협상안을 처리할지는 모른다”고 덧붙였다.

이는 한덕수 주미 한국대사가 지난달 28일 미국 다국적기업을 대변하는 전미대외무역위원회 주최 기자회견에서 “미국산 쇠고기 문제는 한·미 FTA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면서도 “다만 40%에 이르는 수입관세를 점진적으로 철폐한다는 부분만 관련이 있다”고 밝힌 것과도 맥을 같이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한국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입을 늘리지 않을 경우 한·미 FTA 비준안이 미 의회를 통과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쇠고기 문제에 대한 한·미 양국 간 논의가 곧 있을 것이라는 미 행정부 관리의 발언도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농림수산식품부는 미국과 미국산 쇠고기 관세에 대해 협의하고 있지 않다고 부인했다. 한·미 양국은 FTA에서 쇠고기는 15년 동안 관세를 균등 감축하도록 합의한 바 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