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국립축산과학원도 뚫었다…2개월 합숙 사투 물거품
입력 2011-02-07 01:20
한우와 돼지 종축(씨가축)의 중심지인 충남 천안 국립축산과학원에서 기르던 돼지에서 구제역 발병이 확인됐다. 강원도와 경북의 축산기술연구소에 이어 철통 보안을 유지해 왔던 우량 품종 가축자원 보고마저 뚫리면서 국가 가축유전자원 보존에 비상이 걸렸다.
농림수산식품부는 6일 충남 천안시 성환읍 어룡리 농촌진흥청 축산과학원 산하 축산자원개발부에서 구제역 의심신고 돼지를 정밀검사한 결과 양성으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이곳은 국내 유일 종축자원 보전기관으로 젖소 350마리, 돼지 1645마리, 닭 1만1817마리, 오리 1634마리, 말 5마리 등을 키우고 있다.
매년 최우수 품종 종돈 100마리의 정액을 전국에 공급해 50만 마리의 새끼돼지 생산을 도왔다. 또 매년 350만~500만 마리의 토종 병아리를 농가에 분양해 왔다.
지난해 11월 경북 안동에서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이후 2개월여 동안 축산자원개발부 직원 전원이 합숙을 하며 방역을 해 왔다. 직원들은 출퇴근마저 전면 차단하고, 설 연휴에도 귀성하지 못했음에도 양성 판정이 나오자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특히 1·2차 백신 접종을 마친 뒤에 구제역이 발병한 것으로 확인돼 방역체계에 허점을 드러냈다. 축산자원개발부는 지난 5일 백신 접종 상태에서 의심증세를 보인 돼지 13마리에 이어 6일 9마리를 살처분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구제역 발생 원인을 밝히기 위해 다각적인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 관계자는 “들짐승에 의한 감염이나 해당 돼지를 사육한 신축 돈사의 유입 시 바이러스가 들어갔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며 “공기에 의한 전파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공기에 의해 전파되기 위해서는 바람과 습도가 적당하고 인근에 구제역 감염 돼지 사육농장이 있어야 하지만 6.7㎞ 떨어진 소 사육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했을 뿐 돼지농장에서는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부인 접촉을 차단한 상태에서 직원들의 출퇴근마저 금지했으나 부식이나 가축 사료 등을 반입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 또 430만㎡에 이르는 농장 안팎에서 서식 중인 고라니와 기러기 등 철새들이 옮겼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축산자원개발부마저 구제역에 감염됨에 따라 영세 축산농가 위기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축산농가들은 어미 돼지가 대량으로 살처분된 상황에서 이곳마저 뚫리자 당장 해외에서 종돈을 수입해야 할 처지다. 게다가 수입 승인 절차가 까다로워 1~2년의 기간이 걸리는 데다 종돈을 수입해도 수입가격이 많이 오른 상태여서 영세 축산농가들에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