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어디로 가나] ‘포스트 무바라크’ 누가 있나… ‘친미’ 술레이만 부통령 與 후보 유력

입력 2011-02-06 18:00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오는 9월 대선에서 자신과 가족의 불출마를 공식 선언함에 따라 차기 대권 주자들의 윤곽도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집권 여당인 민족민주당(NDP) 후보로 오마르 술레이만(75) 부통령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다. 군부세력의 재집권을 의미하고, 무바라크 대통령의 심복인 탓에 ‘친미 정권’을 연장시킨다는 점에서 미국이 가장 선호하는 카드다. 그런 점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무바라크 대통령과의 동반 퇴진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술레이만 부통령이 여론의 장벽을 못 넘을 경우 사미 아난(63) 군 참모총장과 모하메드 탄타위(75) 부총리 겸 국방장관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아난 총장은 청렴한 이미지로 대중적 지지도가 높은 데다 친미 성향이 강점이다. 탄타위 장관은 1950년대부터 세 차례 중동전과 걸프전 등에 참여해 국민들에게 신망이 높다.

‘반(反)무바라크’ 후보군도 막강하다. 반정부 시위 세력을 이끌고 있는 모하메드 엘바라데이(69)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높은 지명도를 바탕으로 대권 도전에 나선 상태다. 엘바라데이는 지난 4일 알자지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국민이 원할 경우 9월 대선에 출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IAEA 사무총장 재직 시 반미 성향을 강하게 표출했지만 최근 들어 미국에 화해의 손짓을 많이 내밀고 있다.

22개 아랍권 국가를 대표하는 아랍연맹(AL)의 수장 아므르 무사(75) 사무총장도 다크호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집트 외무장관 출신인 그는 최근 프랑스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당연히 내 조국을 위해 봉사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 인권변호사 출신으로 2005년 대선에 출마했던 아이만 누르(46) 알가드당 대표도 출마 가능성이 있다. 이집트 최대 야권세력인 무슬림형제단(MB)의 최고지도자 무함마드 바디에(68)도 막강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어떤 식으로든 대권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엔 최악의 카드다.

현재 야권은 뚜렷한 구심점이 없는 상태다. 야권이 차기 대선에서 분열할 경우 여권이 어부지리 가능성도 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