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어디로 가나] “무바라크 출구전략 나선 듯”

입력 2011-02-06 18:00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명예롭게 퇴진하려는 출구전략 구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 해외 언론이 보도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간) 연설을 통해 임기가 끝나는 9월까지 대통령직을 지키겠지만 대선에 불출마한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반정부 시위대가 이에 반발하며 ‘즉각 퇴진’을 요구하자 명예와 안전을 보장받는 방법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외교분쟁 전문 싱크탱크인 국제위기그룹(ICG)의 엘리야 자르완은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무바라크 대통령은 퇴진하면 모든 걸 잃을 뿐만 아니라 처벌받을 수도 있다는 점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4일 무바라크 대통령 일가의 국내외 재산이 700억 달러(78조1900억원 상당)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이집트 군부 등 지도층과 미국 오바마 행정부 역시 무바라크 대통령의 출구전략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이집트에서 혼란이 장기화되거나 극단적인 이슬람 세력의 등장이 부담스러워서다. 아흐메드 샤피크 신임 총리가 4일 무바라크 대통령의 명예로운 하야를 강조한 것이나 미 정부 관계자들이 이집트에서의 평화로운 권력 이양을 강조하며 무바라크 대통령의 즉각 퇴진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인 게 그 증거다.

일부 전문가들은 무바라크 대통령이 헌법을 이용해 명예로운 퇴로를 모색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집트 현인회’는 대통령이 부통령에게 자신의 권한을 위임하고 명예직으로 물러나는 헌법 139조의 시행을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에게 제안했다. 현인회는 카이로의 알아흐람 정치전략연구소의 디아 라슈완 등 이집트의 독립성향 유명인사들로 이뤄진 단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