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의 한국 선교사 ‘靜中動 사역’… “위기 속 마음의 문 열려” 적극 선교도
입력 2011-02-06 17:55
이집트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현지에 파송된 한국 선교사들은 자리를 지키며 이집트를 위한 기도를 호소하고 있다.
이바나바 선교사는 6일 ‘시위의 태풍 가운데서’라는 제목의 기도편지를 본보에 보내 “시위 정국이 오래 가지 않고, 이집트에 정의와 신뢰가 세워지도록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선교사는 3일 전 가족들을 한국에 보내고 홀로 생활하고 있다. 10여년간 선교사로 살아오며 제2의 고향이 된 현지를 떠날 수 없어서였다. 이 선교사는 편지에서 “많은 분이 혼자 이곳에 있는 것이 위험하지 않느냐고 걱정하는데 아직은 괜찮다”며 “현지인들이 우호적이라 지내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비상식량을 준비해 놓고 외부 출입을 삼가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이 선교사는 지난 10일간 아침 한 끼씩 금식하며 이집트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하나님께서 이집트를 새롭게 하시길, 특히 시위로 인한 사망자나 부상자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기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위기관리재단 김진대 사무총장은 “이집트 선교사 상당수가 철수를 미루거나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선교사 절반은 가족만 한국으로 보내고 자신은 홀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미 각 선교단체는 대피 또는 철수를 통보했다. 그러나 선교사들은 사역지를 떠날 수 없어 가족이라도 우선 피신시킨 것이다. 김 사무총장은 “아직까지 한국 선교사나 가족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소식은 없었다”며 “대부분 현지 사정을 잘 알고 있고 위기관리 경험도 많아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집트 주민에게 다가가 ‘복음의 다리 놓기’를 하는 선교사도 있다. 김이삭 선교사는 6일 전화통화에서 “시위 이후 동네 주민들과 허물없이 교제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이집트인들은 복음을 갈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선교사는 “이집트 정국이 소용돌이치면서 주민들의 마음도 열리는 것을 경험했다”며 “평소 인사만 하던 이웃들이 외국인인 나를 집으로 초대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현지 교회와 단체들도 현 시국을 위한 기도를 부탁했다. 시위의 중심지인 타흐리르 광장과 바로 인접한 아랍 최대 복음주의 교회인 카스로 두바라 교회는 지난 주일에 이어 6일에도 예배를 드리지 못했다. 교회 관계자는 6일 “이집트 기독교인들이 시위 정국 속에서 평화와 희망을 전하는 피스메이커 역할을 해 달라”고 기도했다. 아랍 유일의 기독교 위성방송 SAT-7 대표 테리 에스코트는 “아들이 시위 현장에서 왼쪽 눈을 관통하는 총상을 입었다”며 기도를 부탁하기도 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