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아름다운 세대교체’… 할렐루야교회 김상복·김승욱 목사
입력 2011-02-06 17:37
김상복 목사 “성도 뜻 좇아 민주적으로 후임 결정”
김승욱 목사 “리더 이전에 하나님의 제자가 돼야죠”
지난해 11월 21일 한국의 대표적인 국제통 김상복(72) 목사에 이어 할렐루야교회의 3대 담임으로 미국 이민 1.5세인 김승욱(47) 목사가 취임했다. 미주 한인교회 가운데 가장 큰 남가주사랑의교회를 6년간 담임했던 김 목사의 부임 자체가 큰 화젯거리였다. 현재 할렐루야교회는 후임 목회자 선정의 좋은 ‘롤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본보는 최근 김상복 원로목사, 김승욱 목사와 대담을 갖고 후임 결정 과정을 비롯해 바람직한 리더십 계승론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김상복 목사님은 세계복음주의연맹(WEA) 국제회장이기 때문에 은퇴 후에도 여전히 바쁘실 것 같은데요.
△김상복 목사=은퇴하면서 두 가지 마음이 들었습니다. 첫째는 너무 기뻤어요. 하나님께서 45년간의 공식 목회를 잘 마무리하도록 허락하셨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너무 감사했어요. 하나님께서 훌륭한 후임 목회자를 보내주셨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목회와 교수활동에다 국제적인 사역까지 하다보니 늘 시간에 쫓겼습니다. 이젠 시간 여유가 생겼으니 이달부터 4∼5개월간 국제적인 사역에 전념할 계획입니다.
-김 목사님은 원래 고국에서 목회할 계획이 있으셨나요.
△김승욱 목사=만 10살 때 한국을 떠났다가 만 46세에 돌아왔는데요. 한국에서 살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이민교회와 미국교회를 통해 하나님 나라를 확장해 나가는 게 꿈이었습니다. 그러니 청빙 제의를 처음엔 고사했었어요. 저의 한국행은 할렐루야교회 성도들이 한마음으로 기도해 주신 결과입니다. 아내와 함께 기도하는 가운데 하나님께서 분명히 조국에서 목회해야 한다는 마음을 심어주셨습니다.
-어떤 과정을 통해 후임자가 결정됐나요.
△김상복 목사=처음부터 하나님께서 확실히 정해놓으신 후임자가 있다고 믿었어요. 그래서 전혀 관여치 않고 청빙위원회에 전적으로 맡겼습니다. 청빙위원회가 국내외 40∼50대 목회자 가운데 700명으로 1차 후보 리스트를 만들었습니다. 그런 뒤 매주일 모여 기도했어요. 마지막에는 40일간 금식기도를 했습니다. 그 결과 후보가 10명으로 줄었고 마침내 3명으로 압축됐었죠. 마지막에는 3명을 놓고 비밀투표를 했는데, 만장일치로 김 목사가 결정됐어요.
-부임한 지 3개월여 지났는데요. 할렐루야교회에 대한 첫 인상이 어떠했나요.
△김승욱 목사=성도들이 굉장히 신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로목사님의 성품을 따라가는 것 같아요. 성도들이 하나님 나라를 위해 열심입니다. 또 감정에 따라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매우 온유한 모습에 감탄했습니다. 특히 다음 세대를 일으키기 위해 배려하려는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후임자에게 조언한 게 있으신지요.
△김상복 목사=조언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원로목사가 시아버지처럼 굴면 안 됩니다. 앞으로도 조언을 하지 않을 겁니다. 단, 질문을 하면 대답은 할 것입니다. 하나님이 후임목사를 부르셨습니다. 따라서 하나님이 직접 그에게 말씀하실 겁니다. 하나님이 후임자를 잘 인도하시도록 가장 편하게 해줘야 하는 게 저의 역할입니다. 저와 제 아내의 담임목회자는 김 목사입니다. 세례요한의 고백처럼 ‘그는 흥해야 하고 저는 쇠해야 할 것’입니다. 저는 하나님 앞에서, 사람 앞에서 총애를 얻도록 김 목사와 사모님, 3자녀(2남 1녀)를 위해 꾸준히 기도할 것입니다.
-후임자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김상복 목사=기도하면서 하나님의 인도를 따르는 것이죠. 아울러 성도들의 목소리를 잘 경청해 가장 민주적으로 결정해야 합니다. 성령이 목사에게만 말씀하시는 게 아닙니다. 당회원과 제직, 성도들 마음속에도 똑같은 성령이 임재하시기 때문에 동일하게 알려주세요. 저는 이것을 ‘성령민주주의’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마음이 일치될 때까지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다려야 합니다. 한두 사람, 특히 힘센 사람의 의견이 반영되는 구조는 절대 안 됩니다. 그럴 경우 마음이 불편한 사람들이 생겨납니다.
-참된 리더십이란 무엇인가요.
△김승욱 목사=리더이기 전에 하나님의 제자여야 합니다. 그럴 때만이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시대에 필요한 것을 전하게 됩니다. 리더의 가슴과 귀가 하나님의 음성에 온전히 집중되면 성도들의 마음이 하나로 연합됩니다. 하나님의 말씀에 청종케 하는 게 리더의 역할이죠.
△김상복 목사=섬김입니다. 목회자를 영어로 ‘미니스터(minister)’ ‘미니스트리(ministry)’라고 하죠. 그 단어 자체 의미가 ‘서브(봉사)한다’는 것입니다. 개인의 야망이나 의지를 개입하면 반드시 문제가 생깁니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기독교가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세상 속에서 참된 크리스천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김승욱 목사=예수님은 가난한 사람, 아픈 사람, 소외된 사람들에게 팔을 벌리셨어요. 한국교회가 섬김의 자리에 더 서 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외국인근로자들을 위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야 합니다. 외국인근로자들에게 따뜻한 식사를 제공하는 것도 귀하지만 각국 근로자 그룹별로 교회를 세울 수 있도록 적극 도와야 합니다. 아울러 다문화교회를 이끌 현지인 리더들을 양성하고 지원하는 사역이 절대 요구됩니다.
△김상복 목사=목회자의 연약함이 노출되는 게 문제입니다. 누구나 넘어질 수 있어요. 제가 볼 때 목회자를 가장 힘들게 하는 점은 ‘자신을 목회하는 것’입니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이 없던 시대에는 깊은 영성을 추구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다른 시대입니다. 하나님과의 관계를 지키자면 과거보다 수백 배의 노력과 투쟁이 필요해요. 교회를 성장시키면 많은 분들이 많은 자리를 제공하면서 다른 일을 하도록 유도합니다. 직책이 많은데 언제 자신을 돌볼 수 있겠어요. 자신을 지키는 목회, 이것이 이 사회가 우리에게 원하는 거라고 믿습니다.
-하나님께서 한국교회에 대해 남다른 뜻이 있다고 생각되는데요.
△김승욱 목사=올해 무슨 말씀을 전해야 할까 기도하는 중에 나라를 더 사랑하고 기도해야 한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요즘 주일 설교를 십계명을 중심으로 전하고 있어요. 우리가 알게 모르게 세워놓은 우상들을 제거해야 합니다. 하나님께 전적으로 돌아갈 때 하나님의 광채가 우리에게 임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하나님 품으로 돌아가는 운동을 펼치면 좋겠습니다.
△김상복 목사=한국교회의 미래에 대해 긍정적입니다. 윗세대는 실수한 게 많아요. 그러나 세대교체를 통해 하나님이 훌륭한 젊은 목회자들을 준비해놓으신 게 여실히 드러나고 있어요. 하나님은 이제 한국교회를 실질적으로 세계화, 국제화시키실 겁니다. 새로운 리더들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북한을 포함해 전 세계를 위해 더 큰 일을 할 날이 멀지 않았어요. 우리 모두 희망을 갖고 젊은 리더들을 위해 기도해야 합니다.
사회·진행=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