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세부담률은 빼놓고 복지 계산만?

입력 2011-02-06 17:29

복지 논쟁이 정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으나 핵심은 빠뜨린 채 진행되고 있는 느낌이다. 한국은 많이 내고 많은 혜택을 받는 북구형 복지체계와 달리 적게 내고 적게 혜택을 받는 유형이다. 따라서 복지 논의의 핵심에는 어떤 유형의 복지를 택할 것인지 국민의 합의가 먼저 있어야 한다.

6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간한 ‘OECD 세입 통계 2010’에 따르면 2008년 기준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21.7%로 33개 회원국 가운데 일본 슬로바키아 터키 멕시코 미국 체코 그리스에 이어 뒤에서 여덟 번째를 기록했다. 이는 OECD 회원국 평균인 25.8%보다 4.1% 포인트나 낮은 수준이다. 한국은 전형적인 저부담·저혜택 복지유형인 것이다.

지난해 12월 국세청이 발표한 ‘2010년판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09년 조세부담률은 19.7%를 기록하고 있어 3년 만에 다시 20%선을 밑돌기 시작했다. 아울러 한국은 조세와 사회보장기여금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인 국민부담률의 경우도 2009년 기준 25.6%로 OECD 33개 회원국 가운데 뒤에서 5위를 기록했다.

복지 혜택을 늘리자면 당연히 복지재원이 커져야 하고 이는 국민의 조세와 사회보험료를 올리는 수밖에 없다. OECD 회원국 평균 이상의 혜택을 누리자면 지금보다 조세부담률, 국민부담률을 늘려야 옳다. 이 문제를 빼놓은 채 복지 확대 운운하는 것은 진정성 차원에서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복지 이슈가 정가의 주요 논쟁거리가 되고 국민의 관심사로 떠오르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다만 그것이 정치권의 슬로건용(用)이라거나 상대당을 비판하는 재료로서만 거론된다면 처음부터 꺼내지 않는 것만 못하다. 복지는 국민 관심을 모으기 위한 소재가 아니라 국민 생활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복지 논쟁이 보다 효율적이고 진정성을 가지고 진행되려면 우선 여야 할 것 없이 대안을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각각의 복지 비전과 국민부담 수준을 명확하게 거론한 후 이를 바탕으로 공개적으로 치열한 토론이 이뤄져야 함은 말할 나위 없다. 이 과정을 통해 국민 합의가 이뤄질 때 비로소 복지개혁의 결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