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남자 따위가…'출연 허윤정 교수 “무대는 설렘… 제자들에 본 보이기 위해 노력”
입력 2011-02-06 20:59
“아직 맑은 영혼을 갖고 있나 봐요. 그래서 연기를 계속할 수 있는 거 같아요.”
최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배우 허윤정(45·사진)은 솔직하고 밝았다. 그는 극단 현대극장의 연극 ‘남자 따위가 왜 필요해’에서 철부지 엄마 게일 역을 맡아 연극 무대에 서고 있다. 소녀 같고 활달한 인물을 연기하는 중이어서인지 얼굴에는 연신 웃음이 넘쳤다. 허윤정은 “성격 있는 역을 많이 해서 도도하고 까칠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실제 성격은 안 그렇다”고 말했다.
1983년 MBC 공채 17기 탤런트로 연예계에 발을 디딘 그는 영화와 TV드라마에 출연하는 와중에도 꾸준히 연극 무대에 섰다. “무대는 좋은 긴장감을 주거든요. 설렘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을 거 같아요. 무대는 처음 느끼는 설렘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는 “중앙대학교 재학 시절 TV드라마 주인공으로 발탁됐는데 학교 연극 무대에 서느라 방송에 빠지기도 했다”면서 “지난해 ‘그대 웃어요’에 출연할 때도 연극 때문에 출연 분량이 줄어들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허윤정이 무대에 애착을 갖는 것은 연기를 시작하려는 학생들에게 본을 보이기 위함이기도 하다. 안양대학교 공연예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이론과 실기를 병행하는 편이 좋다. 내가 못하는 걸 아이들에게 하라고 할 수는 없다”면서 “제자들과 함께 무대를 꾸미면 더 많이 발전하기 때문에 강하게 훈련시키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허윤정은 학생들이 4학년이 될 때까지 외부활동을 금지시켰다. 기본을 착실하게 다져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훈련을 안 하면 생명이 길지 않아요. 오래 연마하고 깊이를 갖추지 않으면 빛을 낼 수 없어요. 평생할 거라면 조급하게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연기와 학생지도 모두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그는 “방송을 계속하면서 1년에 한 번 정도는 무대에 서고 싶다. 내년부터는 후배 양성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싶다”고 목표를 밝혔다.
연극 ‘남자 따위가 왜 필요해’는 13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다(02-762-6194).
김준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