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형의 ‘문화재 속으로’] (54) 겨울철 옛 놀이기구 썰매

입력 2011-02-06 16:57


설 연휴 때 고향에서 썰매 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지요. 어린 시절 얼음이 꽁꽁 언 저수지나 강에서 시린 손을 호호 불며 썰매를 타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하지만 이젠 그런 풍경을 만나기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썰매는 눈 위나 얼음판 위에서 사람이나 물건을 싣고 끌거나 미끄러지게 만든 기구로 서르매, 산서르매, 설마 등으로 불렸답니다.

썰매(雪馬·雪鷹)는 한자어의 표기에서 보듯이 말(馬)이나 매(鷹)처럼 빠르다는 뜻을 나타낸 말입니다. 썰매의 어원을 설마(雪馬)로 보는 설도 있으나 이는 단순히 한자로 표기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는 게 일반적이랍니다.

썰매의 종류는 짐을 실어 나르는 것, 발에 신는 것, 아이들이 타고 노는 것 등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 가장 대중적인 것이 아이들 썰매입니다.

짐을 실어 나르는 썰매는 바닥이 둥글게 휘어지도록 깎고 앞뒤 끝부분은 위로 향하도록 굽혀 잘 미끄러지게 만들었지요. 좌우에 두꺼운 판자를 세우고는 예닐곱 개의 가로대로 연결해 제일 앞 가로대에 끈을 매달아 잡아끄는 식이랍니다.

조선시대 정조가 편찬한 ‘화성성역의궤’를 보면 16세기 수원성곽 공사에서 썰매 9틀을 사용했다는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답니다.

17세기 창경궁과 창덕궁의 재건 공사를 기록한 ‘창경궁영건도감의궤’와 ‘창덕궁영건도감의궤’에서도 물건을 나르는 도구로 썰매를 사용했다는 사실이 나옵니다. 궁궐 건축에서 썰매를 이용했다는 것은 혹한기에도 공사를 계속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것이죠. 썰매의 역사는 정확한 기록이 없어 알 수는 없지만 기원 전 고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발에 신는 썰매는 크기가 일정하지 않고 일반적으로 길이 100㎝ 전후의 것을 사용하지요. 앞쪽은 스키의 부리처럼 위쪽으로 들려지도록 휘어 굽히고 중간 네 곳에 구멍을 뚫은 뒤 끈을 매달아 발을 죄도록 만들었습니다. 발은 옆 부리만 고정시키고 뒤꿈치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했으며 창은 스키의 스틱처럼 사용하도록 고안해 겨울철 사냥에 유용했답니다.

아이들이 타고 노는 썰매는 어린이가 앉을 만한 널판의 바닥에 적당한 높이의 각목을 나란히 붙이고 그 밑에 대나무나 쇠줄을 박아 눈이나 얼음판 위에서 잘 미끄러지도록 한 것이지요. 썰매를 탈 때는 양손에 기다란 송곳의 막대를 쥐고 이것으로 바닥을 찍어 앞으로 나아가기도 하고 방향 전환을 하거나 멈추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타던 썰매랍니다.

지금은 태릉이나 동구릉 등 왕릉에서 전통 썰매타기 체험행사가 열리지만 1970∼80년대만 하더라도 경회루나 청계천 등에서 썰매를 타던 시절이 있었답니다. 아이는 타고 형이나 아빠가 끌어주던 아련한 추억…. 겨울이면 썰매와 함께 놀고 즐기던 민족이기에 쇼트트랙이나 스피드스케이팅 등 빙상 경기에서 우리나라가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 아닐까요.

이광형 문화과학부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