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한파… ‘졸업 우울증’ 앓는 젊은이 많다

입력 2011-02-06 17:03

“올해 25살. 대학 졸업을 앞두고 6개월째 취업이 안돼 너무 힘듭니다. 처음에 영어랑 일본어 공부하면서 원서 넣을 땐 꼭 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자꾸 불합격 소식만 들으니 너무 우울하고 무기력해요. 제가 정말 쓸모없는 사람같이 느껴집니다. 부모님 등골만 빼먹는 기생충 같고….” 한 취업 준비생이 국내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 올린 하소연이다.

경제 한파로 얼어붙은 고용시장이 좀처럼 녹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졸업 우울증’을 앓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채 졸업하는 사회 초년병들이 ‘마음의 감기’를 앓고 있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림대 의대 한강성심병원 정신과 이병철 교수는 6일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진 최근 3년간 20대 자살률이 35%나 증가했다”며 “이들의 약 80%가 취업 실패 등 학교 졸업 후 사회 부적응에 따른 우울증이 방아쇠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물론 졸업 우울증을 겪는 젊은이들이 모두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구직 실패로 인해 일시적으로 우울감을 느끼는 것과 적극적인 약물 및 심리상담 치료가 필요한 우울증은 다르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보통 2주 이상 특별한 이유 없이 우울함과 짜증, 허탈감이 지속되는 가운데 두통, 손발저림 등과 같은 신체 이상 증상이 동반될 때는 단순히 마음의 문제로만 여기지 말고 한 번쯤 우울증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우울증 환자들은 두통(71.4%), 어깨 통증(67.8%), 근육통(48.9%), 흉통(46.9%), 요통(46.1%) 등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우울증 예방을 위해서는 가족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긍정적인 대화를 통해 취업 준비생의 의욕을 북돋아 주고, 함께 운동을 하거나 야외활동을 늘려야 한다. 또 햇빛을 많이 받게 되면 우울증 예방에 좋으므로 가급적 커튼을 걷어내 실내 분위기를 밝게 해준다. 이 교수는 “연어, 고등어, 청어 등 등푸른 생선이나 호두 등 오메가3 지방산이 많이 함유된 식품, 비타민B가 풍부한 채소나 견과류, 현미밥 섭취도 우울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