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테크, 무릎 건강부터] 휜 다리 놔두면 무릎연골 닳아 통증
입력 2011-02-06 17:03
① O자 다리변형, 무릎연골 빨간불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8명이 걸릴 정도로 유병률이 높은 무릎 관절염은 보행 불편, 체중 증가, 우울증, 만성질환 악화 등으로 노년기 삶의 질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질환이다. 이에 국민일보와 관절전문 힘찬병원은 무릎 관절염과 함께 나타나는 여러 가지 신체 변화와 대처법을 ‘노(老)테크, 무릎 건강부터’라는 제목으로 4회에 걸쳐 소개한다.
주부 김희연(53·서울 신월동)씨는 자식들 분가 후 취미 생활도 하고 친구들도 만나면서 자신만의 시간을 즐기려고 한다. 하지만 김씨는 최근 동창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평소 입지 않았던 치마를 꺼냈다가 보기 흉하게 휘어진 다리 때문에 입기가 망설여졌다. 젊었을 때 다리가 예쁘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자꾸만 다리가 O자형으로 휘어지니 너무 속상했던 것. 김씨는 5년 전부터 무릎 통증이 나타나기 시작하다 근래 들어 통증이 잦아지고 무릎 사이도 전보다 많이 벌어져 걸을 때 가끔 절뚝거리기도 한다.
강서힘찬병원 김성민 원장은 6일 “우리나라는 쪼그리거나 무릎을 꿇고 앉는 등 좌식 문화가 발달해 후천적으로 휜 다리가 서양인에 비해 많으며, 이런 다리는 김씨처럼 40∼50대 중년 여성에게서 많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좌식 습관은 안쪽 무릎 연골을 더 빨리 닳게 해 다리를 휘어지게 한다. 중년 여성의 경우 임신과 출산 후 체중 증가, 운동량 부족으로 다리의 안쪽과 바깥쪽 근육이 약화돼 무릎이 받는 부담 증가, 출산에 따른 골반의 뒤틀어짐 등도 휜 다리의 원인이다. O자형으로 다리가 휜 경우 대부분 중기 관절염 단계로, 미용 상 문제가 될 뿐 아니라 다리가 쉽게 피로해지고 무릎과 골반의 통증이 동반된다. 다리가 한번 휘기 시작하면 지속적으로 무릎 안쪽 연골에만 체중이 걸리면서 통증이 더 심해지고 말기 관절염으로 진행되기 쉽다.
연골 손상이 심해 재생이 불가능하다면 인공관절치환술이 최선이지만 연골 손상이 심하지 않은 관절염 중기 단계라면 관절을 보존하는 변형 교정술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변형 교정술로 효과를 볼 수 있는 경우는 △X선 검사 상 무릎 뼈가 안쪽으로 10도 가량 휘어져 있고 △연골도 안쪽만 손상돼 있으며 △양 발을 모으고 똑바로 섰을 때 무릎 사이 간격이 5㎝ 이상 벌어져 있고 △조금만 무리해도 다리가 붓고 아픈 증세를 보일 때이다.
변형 교정술은 무릎 관절 자체를 수술하는 것이 아니라 무릎 아래 부분인 종아리뼈(경골)를 교정해 무릎을 반듯하게 펴 주는 수술이다. 무릎 안쪽 등 특정 부위 연골이 마모돼 다리가 휘는 경우 이 방법을 통해 다리 모양을 교정함으로써 관절에 가해지는 무게 중심을 분산시키고 남아 있는 연골 쪽으로 체중이 실리도록 해 통증을 줄이고, 자기 관절을 더 오래 쓸 수 있다.
변형 교정술에는 무릎 바깥쪽으로 휘어져 나온 종아리뼈를 깎는 폐쇄형과 종아리 안쪽 뼈 사이 간격을 벌려서 인공뼈를 넣고 나사로 고정하는 개방형의 방법이 있다. 합병증 등 부작용이 적고 추후 인공관절 시술이 쉬운 개방형 교정술이 더 효과적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힘찬병원이 지난해 1년간 수술 전 무릎 뼈가 안쪽으로 7∼10도 휘어져 컴퓨터 내비게이션을 이용한 변형 교정술을 받은 152명을 조사한 결과, 98%가 수술 후 정상으로 돌아온 것으로 집계됐다. 강남힘찬병원 조기현 주임 과장은 “단, 연골이 닳은 정도가 심해 인공관절을 해야 하거나 골다공증으로 뼈가 약하고 염증 반응이 심한 경우에는 교정술을 시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