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발전 방안’ 그 길을 묻다] (상) 회원교단 실사와 사조직 혁파
입력 2011-02-06 17:12
세속 정치판 쏙 빼닮은 ‘패거리 선거’ 불합리한 실행위원 배정부터 확 바꿔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길자연 대표회장 체제 출범으로 ‘한번 해보자’는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한국교회 연합과 일치, 이단 사이비 척결, 나라와 민족의 향도를 향한 의지가 느껴진다. 특히 정관운영세칙개정위원회(위원장 한영훈 목사)는 한기총의 20년 후까지 대비한다는 생각으로 모든 경우의 수를 검토해 가장 합리적인 방안을 조속한 시일 내에 내놓을 계획이다. 이에 한기총이 변화와 발전 방안을 도출하고자 할 때 고려할 점을 ‘회원 교단 실사와 사조직 혁파’ ‘선거제도 변경’ ‘조직 개편’ 등으로 나눠 3회에 걸쳐 살펴본다.
교회 4만5069개, 목회자 7만9469명, 성도 1248만1682명. 이는 한기총 22회기(2011년) 총회보고서에 나와 있는 66개 회원교단의 교세다. 이 기록이 맞다면 한국교회는 정체 내지 감소라는 비관적인 분위기와는 달리 성장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 통계를 믿을 사람이 별로 없을 것 같다.
한기총 새 지도부 출범을 계기로 회원교단에 대한 정밀 실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05년부터 ‘교단 교회 실명제’를 추진해 신뢰성 있는 자료를 제공하고 공신력을 확보하겠다던 한기총 통계에 허수가 있다면 이번 기회에 교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현재의 실행위원 수도 교세에 맞게 재조정해 회원교단 간 알력을 최소화하고 책임과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소속 교회가 100개도 안 되는 한기총 회원교단은 15곳에 이른다. 이를 200개 교회로 확대하면 31곳에 달한다. 회원교단의 47%에 육박하는 수치다. 이들 교단에 할당된 실행위원은 1명, 회비는 1년 200만원이다. 1년 회비가 500만원에도 못 미치는 교단이 45곳으로 68.2%에 이른다. 반면 교회 수 1만1353개의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실행위원은 11명, 회비는 1억1353만원이다. 얼핏 봐도 실행위원 배정이 공평하지 못한 걸 알 수 있다. 한기총 운영세칙의 회비 규정에 따르면 회원 교단은 교회당 1만원으로 하되 200교회 미만의 교단은 일률적으로 200만원이다. 물론 다수의 횡포를 막고 약자의 언로를 존중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그동안의 한기총 선거 역사를 살펴보면 이 같은 배려가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켰다는 게 정설이다.
군소교단이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에서 표를 행사하게 된 것은 고 김기수 대표회장 시절이다. 2002년 당시 56개 회원교단 중 대표회장을 선출하는 실행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는 교단은 27개에 불과했다. 군소교단의 소외감이 크다는 지적에 따라 정관을 개정, 2002년 말 대표회장 선거(당시 후보 길자연 양용주 목사) 때부터 교단마다 최소 1명 이상의 실행위원을 두도록 했다. 이후 대표회장 선거가 점차 과열되면서 최근 몇 년간은 군소교단의 표심이 선거 승리의 주요 변수가 됐다. 선거비용 ‘10당 5락(10억원을 쓰면 당선, 5억원이면 낙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교단이 작다는 게 주홍글씨가 돼선 안 된다. 하지만 걸맞은 역할을 감당하려면 책무성과 투명성, 공정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게 한기총 인사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큰 교단의 전횡을 막을 수 있는 보완장치를 마련하면서도 일부 인사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패거리 정치’를 근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인사는 “역사적으로 군소교단의 난립이 신학생 과다 배출, 목사 안수 남발, 목회자 수급 불균형, 금권선거, 큰 교회와 작은 교회 간 갈등 증폭이라는 아름답지 못한 결과로 이어졌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새 지도부가 또 하나 유념할 것은 일부 총무의 온전치 못한 행동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이다. 현재 한기총 산하 총무협의회가 있다. 이는 기감, 기장까지 포함된 한국기독교단총무회의와 더불어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총무들의 모임이다. 문제는 임의단체인 한기총 총무협의회가 대표회장 선거 때마다 좋지 않은 소문에 휩쓸린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한기총 선거에 참여해온 실행위원들은 총무협의회도 큰 문제이지만 총무들의 사조직(친목모임)인 D회를 혁파 대상이라고 꼽았다. 한 실행위원은 “총무협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D회는 H회, E회와 더불어 총무들의 대표적 사조직”이라며 “D회 핵심인 모 인사는 음성적인 활동에 앞장설 뿐 아니라 이번 길자연 대표회장 인준 거부 사태도 획책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실행위원은 “그동안 특정 총무들이 대표회장 후보들에게 자신이 수십 표를 갖고 있다고 접근해 향응과 돈을 받아왔다”며 “선거철마다 한몫 챙기겠다는 일부 총무와 이를 이용하는 대표회장 후보들 간 커넥션을 막아야만 한기총의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