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이만우] 추신수·이대호의 경영학

입력 2011-02-06 17:35


추신수 선수의 거포본능이 미국 프로야구를 뜨겁게 달구면서 한 해 사이에 그의 연봉이 9배나 뛰어 44억원으로 치솟았다. 세계 신기록을 갈아 치운 9게임 연속 홈런의 위업과 함께 한국 프로야구 타격부문 7관왕 타이틀을 거머쥔 이대호 선수의 상승세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두 선수가 초등학교 같은 반 동무였다는 확률을 따져보고 싶을 만큼 놀라운 인연이 흥미를 더하고 있다.

이들은 원래 투수로 야구를 시작했고 고등학교 시절에는 국가대표로 국제대회에 출전한 경력도 보유하고 있다. 졸업 후 대학팀 진학을 포기하고 미국 및 한국 프로팀의 2진 선수로 각각 진출했다. 이들은 고등학교 대표투수 수준의 자질로는 프로팀 주전 자리를 비집고 들어갈 수 없음을 간파하고 타격에 승부수를 거는 모험을 감행했다.

기업 경영에 있어서도 거액 투자로 축적한 핵심사업을 버리는 결단이 요구되는 순간이 있다. 두산그룹이 창업의 뿌리였던 맥주시장을 버리고 중공업을 선택한 것은 매우 힘든 결단이었다. 결단의 순간에 발목을 잡는 것은 과거에 흘린 피땀의 흔적이다. 경영학에서는 과거에 투입한 지출을 매몰원가(sunk cost)라고 하는데 이는 결단의 순간에 아깝더라도 버려야 할 유산이다.

추신수와 이대호는 투수 시절의 화려한 추억을 버리고 방망이를 붙들고 씨름해 타자로의 변신에 성공했다. 기업이 과거 기반의 관례적 실적이나 일시적인 반짝 실적에 현혹돼 자만에 빠져 시간을 허비하다 보면 매몰원가의 차가운 배신을 맛보며 위기를 맞게 된다. 기업은 혁신적 수월성을 추구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사업영역을 찾아야 한다. 삼성 이건희 회장의 ‘10년 이내에 삼성 대표 사업과 제품이 사라질 것’이라는 경고는 투수로서의 관록을 버리고 방망이를 찾으라는 주문으로 해석된다.

프로 2진 선수 시절 추신수는 서툰 영어와 외로움과 싸웠고 이대호는 몸무게와 씨름했다. 그러나 휴식 시간과 휴일을 가리지 않고 연습에 몰두했고 벤치에서도 목이 터져라 응원을 리드하는 성실성을 보임으로써 대타에서 시작해 주전으로 성장했다. 야구는 단체종목이지만 타자나 수비수가 서로 돕기 힘든 개인종목의 성격이 강하다. 손이나 발로 직접 공을 다루는 농구, 축구와는 달리 방망이를 휘둘러야 하기 때문에 의외성이 크다. 농구나 축구의 높은 승률이나 연승기록과는 달리 야구의 승률은 1등이나 꼴등이나 큰 차이가 없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야구 감독의 선수 기용은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선수의 심리적 안정을 이끄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경영에서도 인재 선발이 기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일부에서는 기업주가 인사를 전횡한다면서 ‘황제경영’이라고 비아냥거리고 있는데 이는 정말 철없는 생각이다. 인사는 기업주가 전횡하는 재미가 아니라 고통스러운 결단이다. 친소관계를 따져가며 선수 선발을 전횡하는 야구감독은 패전의 멍에를 쓰고 쫓겨날 수밖에 없는 것이며 기업 경영도 이와 다를 바 없다.

추신수는 조성옥 감독을 만나 기본기를 다졌다. 이대호는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된장 할매’라는 애칭의 할머니가 시장터에서 장사하면서 사랑으로 보듬어 키웠다. 조 감독의 별세 소식을 듣고 미국에서 슬피 울던 추신수의 인간적 의리는 미국인 동료 선수들에게는 큰 감동이었다. 이대호는 별세한 할머니에게 “손자 잘 키웠다”는 칭송이 더 돌아가게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감동적 결심을 밝히고 있다.

기업이 성공하려면 고객, 협력업체, 종업원, 지역사회 등의 도움이 결정적이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과 윤리경영을 최상의 가치로 세우고 성공의 토양을 제공한 사회를 섬기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책무다. 세계 최고를 향해 뛰고 있는 두 선수가 자신을 길러준 가족과 스승에게 깊이 감사하는 마음은 기업경영의 벤치마킹 대상이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