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최정욱] 전세대란

입력 2011-02-06 17:36

전세(傳貰)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주택 임대차 제도로 알려져 있다. 우리 역사 기록에는 나오지 않지만 일본 조선총독부가 1910년 만든 보고서에는 “조선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가옥 임대차 방법으로 임차할 때 일정한 금액(가옥 대가의 반액 내지 7, 8할인 경우를 통례로 한다)을 가옥 소유자에게 기탁해 별도로 차임(借賃)을 지불하지 않고, 가옥 반환 시 그 금액을 반환받는 것”이라고 언급돼 있다(고상용, 조선총독부 관습조사 보고서·1979). 따라서 이전에도 보편적 제도였음을 추측할 수 있다.

월세 부담 없이 최소 2년간 거주공간을 마련할 수 있는 전세는 내 집 마련이 어려운 서민들에게 유용한 수단이었다. 하지만 요즘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은 전셋집 구하기가 어렵다며 한숨을 내쉰다. 물론 현 정부 들어 장기간의 주택시장 침체로 집을 사기보다 전세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가계 실질소득이 줄고 저금리가 지속돼 주인들이 월세로 돌리는 경우도 많아 전세 물량도 줄었다. 그러나 동시다발적 도심 개발사업 등 정부 정책이 초래한 측면도 없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취임 후 3월 국토해양부 업무보고에서 “도심에 집을 지어 거기서 출퇴근하면 경제적 효과도 있다”며 “재건축하면 복잡한 면도 있지만, 필요한 곳엔 물량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결과는 엉뚱한 방향으로 흘렀다. 집을 마구잡이식으로 헐었는데 그에 따른 이주 수요를 감당하지 못한 것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2008년 재개발·재건축으로 인한 주택멸실 규모는 1만8068가구인 반면 공급은 1만1669가구였다. 또 2009년에는 멸실 3만1061가구에 공급은 고작 1만1074가구, 지난해에는 멸실 4만8689가구에 공급 2만2539가구로 추정됐다. 거리로 쏟아지는 세입자들과 집주인들이 가세했으니 전세대란은 당연한 결과다.

더구나 주택시장 침체로 미분양을 우려한 건설사들이 공급을 미루고 있어 전세대란은 더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국민은행이 전국 1만6530개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세 수요가 공급 물량을 초과한다고 답한 비율은 80.7%에 달했다. 참여정부 시절이던 2005년 1월엔 37.7%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일 신년 좌담회에서 이달 말 추가 전세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가 더 이상의 대책은 없다고 한 상황이다. 뻔한 ‘재탕’ 대책만 선보이지 않을까 우려된다.

최정욱 차장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