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교체의 또다른 모델' 할렐루야교회 김승욱 목사-김상복 원로목사 대담
입력 2011-02-06 14:51
[미션라이프] 지난해 11월 21일 한국의 대표적인 국제통 김상복 목사에 이어 할렐루야교회의 3대 담임으로 미국 이민 1.5세인 김승욱 목사가 취임했다. 미주 한인교회 중 최대 규모인 남가주사랑의교회를 6년간 담임했던 김 목사의 부임은 큰 화젯거리였다. 현재 할렐루야교회는 후임 목회자 선정의 좋은 ‘롤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본보는 최근 김상복 원로목사, 김승욱 목사와 대담을 갖고 후임 결정 뒷얘기를 비롯해 바람직한 교회의 리더십 계승 방법론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최근 근황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김상복 목사님은 세계복음주의연맹(WEA) 국제회장이시기 때문에 은퇴 후에도 여전히 바쁘실 것 같은데요.△김상복 목사=은퇴하면서 두 가지 마음이 들었어요. 첫째는 너무 기뻤어요. 하나님께서 45년간의 공식 목회를 잘 마무리하게 하셨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너무 감사했어요. 하나님께서 훌륭한 후임 목회자를 보내주셨기 때문입니다. 은퇴 후 황홀한 시간을 보냈어요. 그동안 목회와 교수 활동에다 국제적인 사역도 하다보니 늘 시간에 쫓겨 가야 할 곳을 못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시간 제약 때문에 서둘러 돌아오기 일쑤였지요. 이제는 시간 여유가 생겼으니 앞으로 4∼5개월 국제 사역에 더 힘쓸 계획입니다.
-미주한인교회와 한국교회의 상황은 상당히 다를 수 있는데요. 김승욱 목사님은 고국에서 목회하실 계획이 있으셨나요.△김승욱 목사=만 10세 때 한국을 떠났다가 만 46세에 돌아왔는데요. 그동안 간헐적으로 한국과는 접촉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한국에 와서 살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저는 이민교회와 미국교회를 통해 하나님 나라를 확장해나가는 게 꿈이었습니다. 그러니 남가주사랑의교회를 떠날 마음이 없었던 거죠. 그런데 할렐루야교회 성도님들이 정말 한 마음으로 기도해 주셨나 봐요. 저와 제 아내가 기도하는 가운데 하나님께서 분명히 조국에서 목회해야 한다는 마음을 심어주셨습니다.
-어떤 과정을 통해 후임 목회자를 결정하셨는지요.△김상복 목사=할렐루야교회가 하나님의 교회이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확실히 정해놓으신 후임자가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고 청빙위원회에게 전적으로 맡겼습니다. 청빙위원회가 국내외 40∼50대 목회자 가운데 700명을 1차 후보 리스트로 만들었습니다. 그런 뒤 매주일 모여 기도했어요. 마지막에는 40일간 금식기도를 했습니다. 저는 이 모습을 보면서 하나님의 뜻이 분명히 드러날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그 결과 후보가 10명으로 줄었고 마침내 3명으로 압축됐었죠. 마지막에는 3명을 놓고 비밀투표를 했는데요. 만장일치로 김승욱 목사로 결정됐습니다.
-할렐루야교회는 후임을 결정했지만 남가주사랑의교회 입장에서는 담임목회자를 보내야 했기 때문에 김승욱 목사님의 한국행이 쉽지 않았을텐데요.△김상복 목사=저의 마음에는 평화가 있었어요. 반드시 온다고 확신했습니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정하셨기 때문입니다. 물론 김 목사님은 올 형편이 안 되었지요. 하지만 저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할렐루야교회 입장에서는 차선책이 없었습니다. 김승욱 목사님이 언제 오느냐가 문제일 뿐이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남가주사랑의교회 성도들이 담임목회자를 보내주신 데에 감사드립니다.
-김승욱 목사님은 부임하신 뒤 처음엔 어떤 느낌이 드셨는지요.△김승욱 목사=부임한 지 3개월여 정도가 지났는데요. 성도들이 굉장히 신사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원로목사님의 성품을 따라가는 것 같아요. 모든 성도들이 하나님 나라를 위해 열심입니다. 또 감정에 따라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며 매우 온유한 모습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다음 세대를 일으키기 위해 배려하려는 마음이 역력합니다.
-11월 21일 취임예배 때 전한 취임사를 보니 말씀사역, 치유사역, 구제사역, 훈련사역, 선교사역 등은 교회의 옵션이 아니라 필수 과목이기 때문에 이 5가지 사역을 더욱 향상시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싶다고 하셨는데요.△김승욱 목사=교회는 예수님의 몸이기 때문에 그분의 사역을 마땅히 계승해야 합니다. 말씀 선포 사역, 구제사역, 치유사역, 훈련사역, 선교사역은 예수님께서 친히 행하셨어요. 우리 또한 마땅히 그대로 순종해야 합니다. 5가지 사역을 더욱 충실히 감당하면서 하나님의 지혜를 힘입어 21세기에 걸맞는 새로운 기독교 사역 문화를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후임 목사님에게 조언하신 게 있으신지요.△김상복 목사=조언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원로목사가 시아버지처럼 굴면 안 됩니다. 앞으로도 조언을 하지 않을 거예요. 질문을 한다면 대답은 할 것입니다. 후임목사는 하나님이 부르셨습니다. 따라서 하나님이 후임 목사에게 직접 말씀하실 거라고 믿어요. 하나님이 후임목사를 잘 인도하시도록 가장 편하게 해줘야 하는 게 저의 역할입니다. 김승욱 목사님이 부임할 때 공개적으로 선포했듯이 저와 제 아내의 담임목사는 김 목사에요. 세례요한의 고백처럼 ‘그는 흥해야 하고 저는 쇠하여 할 것’입니다. 담임목사와 사모님, 3자녀(2남1녀)를 위해 꾸준히 기도할 것입니다. 하나님 앞에서, 사람 앞에서 총애를 얻도록. 저의 목회는 끝났습니다. 따라서 저의 목회를 계승하라는 것은 무리입니다. 원해서도 안 됩니다. 하나님께서 김 목사에게 주신 자질과 은사를 가장 편하게 확실하게 감당할 수 있도록 저는 울타리는 돼줄 것입니다.
-후임자를 결정할 때 주의할 점은 무엇일까요. 교회마다 형편이 다를텐데요.△김상복 목사=맞습니다. 교회마다 상황이 다르다는 게 포인트입니다. 따라서 어느 신학자나 어느 교회가 후임목사를 결정할 수 있는 공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교회별로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죠. 개 교회의 형편에 맞게 후임을 찾아야 합니다. 다만 할렐루야교회의 예를 들어 말씀드릴 수는 있어요. 저희는 하나님께 모든 것을 의탁하고 청빙위원회가 자율적으로 했다는 겁니다. 결과를 하나님이 결정하신 것이라고 믿고 그대로 수용했습니다. 우리 교회에서는 이 방법이 최선입니다. 우리 교회 문화에 가장 적합한 목회자를 선택하는 기준인 셈이죠. 할렐루야교회는 김승욱 목사님을 선택해주신 하나님께 진정으로 감사드립니다. 사실 처음엔 좀 염려했어요. 김 목사님이 이민간 지 36년만에 고국으로 완전히 돌아왔으니까요. 저는 26세에 유학을 떠났다가 오십이 넘어 한국에 와 적응하는 데만 5년이 걸렸어요. 그래서 저는 교인들에게 3∼5년은 (담임목사 평가에 대해) 입을 열지 말라고 부탁드렸어요. 그런데 막상 김 목사님이 저보다 더 한국적이에요.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저보다 더 잘 알고 있더라고요.
-김승욱 목사님, 미주 등 해외교회의 후임 목회자 선택 방식에 대해 말씀해주세요.△김승욱 목사=전체적으로 볼 때 과정과 투명성을 더 중요시하는 것 같습니다. 교회마다 차이가 있지만 분명한 것은 과정 속에서 성도들의 음성(의견)이 들어갈 수 있도록 채널이 열려있다는 점입니다. 더 많은 곳에서 더 적합한 사람을 찾는데 노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새로운 담임목사님이 오시면 지켜보시는 것이 중요한데요. 한국교회 상황에서 볼 때 리더십을 교체할 때 어떤 조언을 하실 수 있는지요.△김상복 목사=제일 중요한 것은 기도하면서 하나님의 인도를 따르는 것입니다. 아울러 성도들의 목소리를 잘 경청해 가장 민주적으로 결정해야 합니다. 기도를 많이 하면 자연스럽게 민주적이 됩니다. 성령이 담임목사에게만 말씀하시는 게 아닙니다. 당회원, 제직과 성도들 마음속에도 똑같은 성령이 계시기 때문에 성령께서 각자에게 알려주세요. 저는 이것을 ‘성령 민주주의’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성령 안에서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일치되도록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다리는 게 필요합니다. 다른 얘기들이 여기저기서 나오면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기도 가운데 마음이 하나가 돼야 합니다. 담임목사나 한두 사람, 특히 힘센 사람의 의견이 반영되는 구조는 안 됩니다. 그럴 경우 자연스럽게 마음이 불편한 사람들이 생겨나게 됩니다.
-참된 리더십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김승욱 목사=리더이기 전에 하나님의 제자가 돼야 합니다. 그럴 때만이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그 시대에 필요한 것을 전하게 됩니다. 하나님의 음성이라면 우리에게 들을 수 있는 가슴과 귀를 허락하십니다. 모든 성도들이 하나님께로부터 온 지침이라는 데 동의하게 됩니다. 성도들을 한 마음으로 연합하게 하고 하나님의 말씀에 청종케 하는 게 리더의 역할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주어진 자리에서 가장 적합한 음성을 들려주세요. 우리는 기도와 말씀 가운데서 각각 상황에 필요한 하나님의 통찰력을 기대해야 합니다.
△김상복 목사=섬김입니다. 목회자를 영어로 ‘미니스터(minister)’ ‘미니스트리(ministry)’라고 하죠. 그 단어 자체 의미가 ‘서브(봉사)한다’는 것입니다. 개인의 야망이나 의지를 개입하면 반드시 문제가 생깁니다. 우리는 똑같은 성령 안에 있기 때문에 보다 객관적으로 알 수 있어요. 하나님 말씀 속에 거하면 그의 뜻을 분명히 알 수 있죠. 기도 가운데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기독교가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세상 속에서 참된 크리스천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김승욱 목사=예수님은 가난한 사람, 아픈 사람, 소외된 사람들에게 팔을 벌리셨어요. 한국 교회가 섬김의 자리에 더 서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에 와보니 많은 교회가 복지센터를 개원해 사회 깊숙이 들어가 많은 일을 하고 있더라고요. 이제는 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야 합니다. 미국 내 이민교회에 가보면 이민자를 위해 참으로 많은 교회들이 있는 것을 볼 수 있어요. 한인교회, 필리핀교회, 과테말라교회 등 각 나라 민족을 중심으로 다문화교회를 형성하고 있어요. 따라서 한국교회도 외국인근로자들을 위해 따뜻한 식사를 제공하는 것도 값지지만 각국 근로자 그룹별로 교회를 세울 수 있도록 적극 도와야 합니다. 아울러 각 교회들을 이끌 수 있는 리더들을 양성하도록 지원사역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김상복 목사=목회자의 연약함이 노출되는 게 문제입니다. 누구나 넘어질 수 있어요. 제가 볼 때 목회자를 가장 힘들에 하는 점은 자신을 목회하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을 매일 제대로 돌보는 게 힘들어요. 자기 자신을 잘 돌볼 수 있는 문화가 아니에요.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이 없던 시대에는 깊은 영성을 추구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다른 시대입니다. 예를 들어 기도하는 데 전화가 울린다고 상상해보세요. 하나님과 전화를 하고 있는데 사람의 전화를 받아야 할지 갈등하게 됩니다. 개인의 영성이 깨어지는 것은 매우 쉽습니다. 과거에는 하루에 한 가지 일만을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10가지 일을 해야 하는 시대가 됐어요. 이런 상황에서 자기 자신을 지키는 게 불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아침에 큐티를 한 뒤 체크할 이메일이 얼마나 되나요. 하나님과의 관계를 지키기 위해서는 과거보다 수백 배의 노력과 투쟁이 필요합니다. 열심히 사역해서 교회를 성장시키면 많은 분들이 그에게 많은 자리를 제공하면서 다른 일을 하도록 유도합니다. 선배 목회자와의 대화 중에 자신의 감투가 40개나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분의 얘기를 들으면서 이게 목사들의 문제라고 생각됐습니다. 이렇게 많은 직책이 있는데 언제 자기 자신을 돌볼 수 있겠어요. 우리는 죄성이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쉽게 넘어질 수 있습니다. 자기 자신을 지키는 목회, 이것이 이 사회가 우리에게 원하는 거라고 믿어요.
-하나님께서 한국교회에 대해 남다른 뜻이 있다고 생각되는데요.△김승욱 목사=올해 무슨 말씀을 전해야 할까 기도하는 중에 나라를 더 사랑하고 기도해야 한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나님은 한국교회가 전적으로 그에게 돌아오기만을 학수고대하고 계신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 주일 설교를 십계명을 중심으로 전하고 있어요. 우리가 알게 모르게 세워놓은 우상들을 제거해야 합니다. 하나님께 전적으로 돌아올 때 하나님의 광채가 우리에게 임할 것입니다. 올 한해 우리 모두가 하나님을 전적으로 찾고 그의 품으로 돌아가는 운동이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김상복 목사=저는 한국교회의 미래에 대해 긍정적입니다. 윗세대는 실수한 게 많아요. 그러나 세대교체를 통해 하나님은 좋은 젊은 목회자들을 준비해놓으셨음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한국교회를 실질적으로 세계화, 국제화시키실 것입니다. 새로운 리더들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북한을 포함해 전 세계를 위해 더 큰 일을 할 날이 멀지 않았다고 믿습니다. 그러니 우리 모두 희망을 갖고 젊은 리더들을 위해 기도해주기를 바랍니다.
사회·진행=국민일보 미션라이프 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