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나우 설날 노숙자 식사대접 현장을 가다
입력 2011-02-02 22:31
설 연휴 노숙자 식사봉사 현장을 가다
[미션라이프] “할렐루야, 행복한 새해 되세요!” “아멘!”
검정색과 청록색, 군청색 등 어두운 색깔의 두툼한 점퍼를 차려입은 800여명의 노숙자들은 2일 오전 11시가 되자 서울 영등포역 광장으로 몰려들었다. 설 연휴를 맞아 여의도 업무지구는 이미 유령도시가 됐지만 이곳만큼은 유독 붐볐다. “날이 많이 풀려 천만다행이야.” “그러게 말야.” 운동화와 군화, 등산화 등을 신고 배낭에 우산까지 챙겨온 노숙자들은 100개의 플라스틱 테이블에 삼삼오오 앉아 예배를 드리고 식사를 기다렸다. 쌀쌀한 날씨에 손을 주머니에 넣었지만 기도시간 만큼은 고개를 숙여 기도했다. 치렁치렁한 옷을 차려입은 여성 몸 찬양단이 복음성가에 맞춰 춤을 추자 모든 이들의 시선이 앞으로 향했다. 음식을 실은 2.5t 트럭이 영등포역 광장에 들어서자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주름살은 깊게 패였고 앞니 몇 개가 빠졌지만 노숙자들의 얼굴엔 희미한 웃음이 번졌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의 NGO인 해피나우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함께 설 연휴기간 떡국대접을 하고 있다.
해피나우는 2일 ‘설날 희망 큰잔치’ 예배를 드리고 5일까지 노숙자를 위한 점심·저녁 봉사에 들어갔다. 이날 주최측은 800여명분의 떡국과 잡채, 간식을 준비했으며, 내복을 선물로 지급했다.
예배에서 길자연 해피나우 이사장은 “어떤 사람은 인생이 잘 풀리지만 어떤 사람은 그렇지 못하다”면서 “그것은 운명의 장난이나 돈과 지식, 명예로 되는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이 주장하시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길 이사장은 “요셉이 어려운 환경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인생의 문제를 풀어주시는 하나님을 철저하게 믿었기 때문”이라며 “여러분도 비록 어려운 환경에 있지만 요셉같이 하나님을 믿을 때 좋은 결과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규섭 홍재철 김운태 목사와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해 황우여 김영진 김희철 국회의원 등이 10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떡국과 간식을 일일이 대접했다.
따끈한 떡국을 받아든 송모(47)씨는 “21년 전 아내와 헤어진 후 어떻게 해서 이곳까지 왔다”면서 “올해가 정말이지 최고 추웠던 것 같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임모(55)씨도 “올겨울 정말 말도 못할 정도로 추웠다”면서 “노숙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따뜻한 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하루 8000원씩 월 24만원 하는 쪽방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길거리로 향한다”면서 “그나마 밥사랑공동체가 식사를 제공해 줘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노숙 2년차에 들어선 김모(70)할머니는 “낮에는 지하철에서 잠을 청하고 밤에는 영등포역에서 종이박스를 깔고 자는 데 주변에 3명의 여자 노숙자들이 더 있다”면서 “노숙을 하다가 남여가 서로 마음이 맞으면 다른 곳으로 짝지어 나간다”고 귀띔했다.
주최측은 낮에는 떡국, 밤에는 떡만두국을 제공한다. 5일까지 매일 장갑과 양말 목도리를 지급하며 행운권 추첨을 통해 신발과 털모자를 선물할 예정이다.
박희돈 밥사랑공동체 대표는 “영등포 지역에서 활동하는 노숙자들이 600~700명으로 추산되는 데 40%는 길거리에서 35%는 고시원, 25%정도는 쪽방을 이용 한다”면서 “설날이 되면 고향을 가지 못한다는 외로움이 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숙소와 생필품”이라며 “특히 쌀쌀한 날씨에 신발이 젖으면 대책이 없기 때문에 등산화나 장화가 가장 필요한 물건”이라고 설명했다.
“여기, 떡국 한 그릇 더요!” “예,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아이고, 고맙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은 음식을 전달할 쟁반이 부족하자 종이박스를 뜯어 사용했다. 배식 차에 붙어 있던 문구 ‘행복의 시작, 예수 그리스도’ 가 돋보인 하루였다. 글·사진=
글·사진=국민일보 미션라이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