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 금융위원장 “신한금융, 당국 인내심 시험말라”

입력 2011-02-01 21:11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신한금융지주에 대해 “당국의 인내심을 시험하지 말라”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신한금융지주 회장 자리를 놓고 최근 흘러나오는 내부 파벌 경쟁설에 대해 작심한 듯한 발언이었다.

금융위원장이 금융지주 인사라는 민감한 주제를 직접 건드림에 따라 신한지주 회장 인선 구도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금융권에서는 금융위원장의 인사 개입이 지나치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1일 기자들과 만나 “사태가 발생한 지 5개월이 지났는데 아직까지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파벌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것은 개탄할 만한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은행은 정부의 인가장을 받아 장사하는 규제산업이고, 특히 신한금융은 조흥은행과 LG카드 인수과정에서 많은 정부 지원을 받았는데도 일부 내부 인사들이 마치 자기 제국처럼 싸움을 벌였다”며 “은행 지배구조 잘못으로 국민에게 걱정을 끼친 시점에서 즉시 사죄하고 차기 회장을 뽑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한금융이 차기 회장 선임을 늦출 경우 “불안하다면 당국이 들어가서 봐야 한다”고 개입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은행이 국민 재산을 보호할 자격을 갖고 있는지 살펴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최근 회장 선임 작업이 라응찬 전 회장과 신상훈 전 사장 간 대리전 양상을 띠면서 다시 갈등이 불거지자 김 위원장이 해결사로 직접 나선 모양새다.

실제 금융권에서는 라 전 회장과 신 전 사장, 이백순 전 행장이 포함된 이사회에서 단독 후보 선정안이 표결에 부쳐지면 파벌 싸움이 표면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들 3인방은 신한금융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등기이사직은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위원장은 차기 회장을 둘러싼 잡음이 신한지주의 지배구조 개선뿐만 아니라 국내 금융산업의 대외 신인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 신한금융 3인방에게 “신한에서 손을 떼라”는 강력한 경고의 신호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은행업계에서는 설 직후 단행될 금융지주사들의 인사에 당국이 본격적으로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회장 선임 작업은 절차에 따라 차근차근 과정을 밟아가고 있는데 금융위원장이 이같이 발언해 솔직히 당혹스럽다”고 불쾌한 뜻을 내비쳤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어느 정도 (인사 등에) 의견 표출 등을 통해 관여하는 것은 관행화되다시피 했지만 이번 김 위원장의 발언은 도가 지나쳤다”며 “금융지주 인사에 간섭하겠다는 사실상의 선전포고 같은 느낌”이라고 언급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오는 8일까지 면접후보군을 추리고 이르면 14일 차기 회장 단독 후보를 선정할 예정이다.

고세욱 백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