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어디로 가나] 美 요구 ‘질서있는 이행’은… “무바라크의 대선 영향력도 안된다” 메시지

입력 2011-02-01 20:47

미국이 요구하는 이집트 사태의 ‘질서 있는 이행’(orderly transition)이 구체적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이 이행은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행정부 고위 관료로는 지난 30일 처음 표현했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31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이집트 사태 논평 요청에 “이집트 상황은 행동을 요구하는 것이지 (각료) 임명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일부 내각 교체를 언급한 것으로, ‘질서 있는 변화’에 훨씬 못 미친다는 뜻이다.

때맞춰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클린턴 장관이 사용한 ‘이행’(transition)이라는 단어는 9월 대선까지 이집트를 통치할 과도정부를 암시하는 매우 주의 깊게 선택된 단어”라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는 무바라크 대통령이 오는 9월 대통령 선거에 불출마하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다고 AP통신이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또 미국이 무바라크에게 비상계엄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공개적으로 이 같은 방안을 얘기하지 않는다. 내정 간섭이기 때문이다. 기브스 대변인도 “누가 선거에 나설지를 미국 정부가 결정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백악관이나 국무부 분위기로 볼 때 미국은 무바라크 대통령을 포기했으며, 과도정부를 통한 민주적 정권이양 방식을 상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무바라크 대통령의 9월 대선 출마가 불가한 것은 물론이고 대선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로 보인다.

미국은 지금의 이집트 상황에서 무바라크 대통령의 대선 영향력 행사마저도 정국 혼란을 가중시킬 것으로 판단하는 듯하다. 상황이 더욱 혼란스러워질 경우 이슬람 급진세력이 이집트 정국을 장악하거나, 군부가 나서는 등 미국의 통제가 불가능한 상태로 치달을 수 있다는 걸 미국은 가장 우려한다.

이같이 무바라크 대통령을 포기하고 ‘질서 있는 이행’을 추진하는 방안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 지도자들에게 가장 현실적인 해법으로 인식되는 듯하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BBC방송 인터뷰에서 “이집트는 민주적 체제로 질서 있게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