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어디로 가나] 이태원서 이집트 음식점 운영 칼리드 알리씨 “국민 생각하는 지도자 필요”

입력 2011-02-01 20:46


서울 이태원동에 있는 이집트 전통음식점 ‘알리바바(Ali Baba)’를 운영하는 칼리드 알리(42·사진)씨는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무책임한 장기 집권에 치를 떨었다. 그는 고국 이집트에서 민주주의가 싹트기를 열망하며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1일 알리바바에서 만난 알리는 “독재정권을 몰아내고 민주화를 이룬 한국처럼 이집트도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새로운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무바라크 체제는 민주주의가 아니다”며 “이집트는 일자리가 거의 없고 물가가 너무 높아 먹고살기 힘든데 대통령은 권력을 유지하는 데만 관심이 있다”고 비판했다. 알리는 31일 서울 한남동 주한 이집트대사관 앞에서 열린 무바라크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에 참여했다. 이 집회에는 이집트인을 주축으로 200여명이 참가했다.

그는 이집트에서 시위가 촉발된 이후 거의 매일 친지나 친구들과 전화로 소식을 주고받으며 고국 상황을 듣고 있다. 알리는 “현재 이집트의 상당수 지역은 인터넷과 이동통신망이 끊겨 유선전화로만 통화할 수 있다”며 “다들 무서워하고 힘들어한다”고 현지 분위기를 설명했다.

카이로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알리는 1994년 한국에 들어와 주한 이집트대사관 상공회의소에서 통역과 컴퓨터 관련 업무를 맡았다. 그는 “대사관에서 7년 동안 근무하면서 부정부패를 목격했고 차츰 무바라크 체제에 염증을 느껴 사표를 낸 뒤 식당을 차렸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인 여성과 결혼했고, 초등학생 아들이 있다.

그는 요즘 알리바바를 찾는 이집트인들은 무바라크 대통령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하다고 전했다. 알리를 포함한 한국 거주 이집트인들은 설 연휴가 끝나면 다시 이집트대사관 앞에 모여 시위를 할 계획이다. 알리는 “이집트에 민주주의가 정착되기까지 갈 길이 멀지만 모든 방법을 강구해 이집트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