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어디로 가나] 軍마저 등돌리나…퇴진 초읽기 몰린 무바라크

입력 2011-02-01 22:02

이집트 반정부 시위 8일째를 맞아 수십만 인파가 거리에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 퇴진을 외쳤다. 이집트 군도 무력으로 시위대를 진압하지 않아 무바라크의 퇴진은 사실상 시간 문제로 보인다.

◇최대 규모 시위=이른바 ‘100만인 행진’의 날인 1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은 아침 일찍부터 인파로 가득 찼다. 오후 들어 시위 참가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인파는 수십만명을 넘어섰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거리 시위에는 지금껏 거의 참여하지 않았던 중산층과 지식인도 참가했다. 군이 전날 “평화로운 의사 표현의 자유는 누구에게나 보장돼야 한다”고 발표한 것도 시위 참여자가 늘어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어린아이를 데리고 시위에 나선 젊은 부부도 많았다. 시위 보도에 소극적이던 관영신문 ‘알 아흐람’은 ‘100만인 행진’ 예고 기사를 1면에 실었다.

◇무바라크, 퇴진 피하기 힘들듯=이집트 정부는 반정부 세력과 개헌 협상에 착수했으나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무바라크는 금요일까지 물라나라”고 한 것은 현 정권을 더 이상 협상 상대로 보지 않겠다는 의미다.

군까지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 군은 지금까지 무바라크 정권의 강력한 기반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그렇지만 군의 “시민에게 무력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입장 표명은 군이 현 정권과 다른 길을 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집트 정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은 날로 강해지고 있다. 전 이집트 미국 대사인 프랭크 위즈너는 이집트 정부 측 관계자와 만나 미국의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 프랑스는 지금까지 발생한 희생에 우려를 표명했고, 일본은 민주주의로의 전환을 촉구했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집트 신용등급을 BB+에서 BB로 1단계 낮췄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집트 경제 재건을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중해와 홍해를 잇는 수에즈 운하의 운영에 일부 차질이 빚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안 불안 지속=이집트 치안은 여전히 불안한 상태다. 상점이 문을 닫으면서 식량을 구하려는 사람들이 빵집마다 줄을 잇고 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약탈은 지난 주말에 비해 잦아들었지만 도시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카이로 등 주요도시 학교와 은행은 지난 31일부터 이틀째 문을 닫았다. 이집트군은 국립이집트박물관에 침입해 보물을 훔치려한 혐의로 50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