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방송 좌담] ‘과학 벨트’ 충청권 입지 백지화 논란

입력 2011-02-01 16:52

이명박 대통령이 1일 신년 방송좌담회에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과 관련해 언급한 것을 놓고 정치권이 들끓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담자인 정관용 교수가 “(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을) 백지에서 출발한다는 말이냐”고 묻자 “그것과 똑같다”며 과학비즈니스벨트의 충청권 입지 대선공약의 백지화를 시사했다. 또 “표 얻으려고 혼선을 드린 것 같다. 공약집에 있는 것은 아니다”고 답한 부분 역시 반발을 사고 있다.

좌담회 후 야권은 “수차례 본인의 입으로 한 약속을 어떻게 뒤집을 수 있냐”며 일제히 비판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트위터에 “한마디로 없던 일로 하자는 거죠. 그럼 2007년 대선도 없던 일로 해야 합니까”라고 반문했다. 민주당 차영 대변인도 “공약을 헌신짝처럼 버린 것은 충청권 도민을 얕보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자유선진당은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며 일전도 불사할 태세다. 이회창 대표는 “이 대통령의 과학비즈니스벨트에 관한 약속은 선관위에 제출된 공약에 나와 있다”며 “국가 지도자가 거짓말을 하는 것을 국민이 그대로 묵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논란이 확산되자 청와대는 “공약 백지화가 아니라 합리적으로 하겠다는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또 위원회를 구성해 입지를 선정하도록 돼 있으므로 대통령이 특정 지역을 언급하는 것은 공정성 시비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에 원칙적인 언급을 한 것이라고 적극 해명했다.

청와대는 특히 이 문제가 ‘제2의 세종시 논란’으로 비화돼 충청권 민심을 자극할 가능성을 극도로 경계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어떻게 충청권을 안 보고 그냥 넘어갈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오송·오창의 BT·IT 산업단지와 세종시, 대덕연구단지 등과 연계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만큼 충청권이 입지로 선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과학비즈니스벨트는 3조5487억원을 투입, 기초과학연구원과 대형 기초연구시설 등을 세우는 국책사업으로 이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충청권 유치를 약속한 사안이다. 하지만 지난 연말 국회를 통과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는 충청권에 유치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지 않아 논란이 예고돼 왔다.

현재 대구 경북 경기 광주 등 다른 지자체도 유치 경쟁에 뛰어든 상황이다. 정부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위원회를 구성해 특별법이 시행되는 오는 4월 5일부터 입지 선정 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