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추가 전세대책·유류세 인하 언급했는데… 머리 싸맨 국토·재정부·정유업계 왜
입력 2011-02-01 20:36
이명박 대통령이 이달 말 추가 전세대책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통령이 예로 든 대책들은 이미 발표된 내용을 재탕한 것이어서 실제 추가 대책은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한편 기름값 관련 발언에 정유업계는 고민에 빠졌다.
이 대통령은 1일 신년 좌담회에서 “장관이 2월 말에 발표해야 하는데 내가 좀 미리 이야기했다”면서 전·월세 대책을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서민들에게 7조원 정도 전세 대출을 하면 전세 문제가 풀릴 것이다. 또 2% 금리로 건설회사들이 소형 임대주택을 짓게 하는 구체적인 정책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가 재정자금으로 다가구주택을 모두 샀다. 2만6000가구를 전부 수리해 전세를 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내용은 실상 지난 1·13대책에 포함된 것들이다.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는 전전긍긍하는 상황이다. 대통령이 “장관이 2월 말에 발표한다”고 말했으니 뭔가 새로운 대책을 마련하기는 해야겠지만 이미 나올 대책은 다 내놨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이날 “현재 1·13 전·월세 시장 안정 방안의 후속 조치를 차질 없이 추진하고 있다”며 “2월 말 주택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일단 국토부는 후속 조치 실행에 초점을 맞춘다는 방침이다. 국토부는 이르면 다음 주부터 민간이 소형 주택을 지으면 국민주택기금을 2%의 저리에 빌려줄 방침이다.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1조원이 지원된다. 또 한국토지주택공사 등이 지난해까지 사들여 개·보수한 매입임대 6000가구와 입주자가 대상 주택을 선택하는 전세임대 1만3000가구는 3월부터 들어갈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매매가 부진한 상황에서 전·월세난을 해결할 수 있는 확실한 비법은 사실상 없다”면서 “대통령 특유의 다 해결할 수 있다는 식의 직설화법 때문에 서민들만 괜한 기대를 갖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대통령은 이날 기름값 관련 질문에 “요즘은 역시 대기업들이 협조를 해야 한다”며 정유사들을 직접 겨냥했다. 대통령이 기름값을 직접 언급한 것은 지난달 국민경제 대책회의에서 “주유소가 묘하다”고 한 이후 두 번째다.
정유사들은 이날 발언이 지난달 발언보다 한 발 더 나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도덕적으로 대기업이 협조해라’ ‘전전긍긍하는지 하는 척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는데 이는 수익을 포기하라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푸념했다.
기획재정부 역시 난감한 처지다. 이 대통령이 유류세 인하 뜻을 밝혔기 때문. 또 “정부도 조세문제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1일 임종룡 1차관이 라디오에 출연, “유류세 인하는 세수에 미치는 효과는 큰 반면 그 상대적인 혜택이 유통과정에서 흡수될 수 있다. 현 단계에서는 유류세 인하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한 것과 정반대 입장이다. 따라서 대통령이 직접 유류세 인하 입장을 밝힌 이상 재정부도 대책 검토에 착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