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는 산업현장… 쪼그라드는 경제
입력 2011-02-01 16:53
지난해 현대중공업을 떠난 정년 퇴직자는 950명이었다. 창사 이래 가장 많은 규모였다. 그동안 최다는 2009년의 675명이었다. 하지만 2014년에는 정년 퇴직자가 1200여명으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미 현대중공업의 고령화는 상당히 진행됐다. 만 58세가 정년인 이 회사의 직원 평균 연령은 46세다.
경제 성장의 뼈대를 만들어왔던 조선·철강에서는 이미 40∼50대가 현장 주축 노동력이 됐다. 조선업종 9개 기업의 생산직 평균 나이는 42.8세다. 숙련 인력이 해마다 대규모로 빠져나가면서 각 기업은 임금피크제 도입 등으로 인력 공백을 메우기 바쁠 정도다. 재계 관계자는 “고령화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복지 지출 증가 등도 문제이지만 생산성이 낮아지면서 경제성장률이 하락세에 접어든다는 점이 더 큰 숙제”라고 말했다.
산업 현장이 늙어가면서 우리 경제가 위협받고 있다. 생산가능 인구가 2016년 정점을 찍은 뒤 급격하게 하락하면서 경제성장률은 2020년대에 2.0%까지 추락할 전망이다.
1일 통계청에 따르면 생산가능 인구(15∼64세 인구)는 2016년 3619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7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관측됐다. 이어 2026년에는 2000년(3370만2000명) 수준인 3300만명 수준으로 급락한다. 통계청은 2033년 생산가능 인구가 2994만9000명을 기록하면서 3000만명선이 깨지고, 2050년에는 2242만4000명까지 내려앉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고용률(생산가능 인구 가운데 취업자 비율)은 2000년 이후 평균 61.7%에 머물고 있다. 내수 부진에다 수출의 고용 유발 효과가 약해지면서 ‘일자리 창출 없는 성장’이 고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률이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들면 생산 활동에 참가하는 취업자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우리 경제는 생산성의 극적인 향상이 없는 한 2017년부터 성장이 정체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경제 성장의 한축을 담당하는 노동력이 양이나 질에서 최고점을 찍고 추락하고, 생산성 향상도 한계에 달해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악순환이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보고서를 내고 저출산·고령화로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010∼2019년 평균 3.4%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2020년대에는 2.0%, 2030년대에는 1.2%를 기록한 뒤 2040년대에는 0.8%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국회 예산정책처 경제분석실 장인성 경제분석관은 “고령화에 따른 생산성 하락 효과가 예상보다 더 빨리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고령자 취업률과 생산성 향상, 출산율 개선 등 다양한 국가 정책을 시급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