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어디로 가나] “수에즈 운하 막힐라”… 물량 확보 경쟁에 유가 치솟아
입력 2011-02-01 20:36
이집트 민주화 시위에 따른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연일 치솟고 있다. 정부는 이집트 사태 장기화로 유가가 계속 오를 경우 가격 안정을 위해 정부비축유를 방출하기로 했다.
한국석유공사는 31일 거래된 두바이유 가격이 전일보다 배럴당 1.13달러 오른 94.57달러를 기록했다고 1일 밝혔다. 2008년 9월 26일 기록한 95.76달러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이다.
다른 유종들도 모두 올랐다. 뉴욕 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3월 인도분 선물은 배럴당 2.85달러 오른 92.19달러를 기록했다. 런던 석유거래소(ICE)의 북해산 브렌트유 3월 인도분 선물도 1.59달러 오르며 101.01달러에 거래됐다. 브렌트유 가격이 100달러를 돌파한 것은 2008년 9월 이후 처음이다.
원유뿐만 아니라 석유제품 값도 상승세다. 싱가포르 시장에서 휘발유(옥탄가 92)의 31일 가격은 배럴당 104.89달러로 전날보다 1.97달러 뛰었고 경유와 등유도 각각 1.24달러, 1.79달러 상승했다. 경유와 등유 가격 역시 2008년 9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원유와 석유제품 값이 일제히 오른 것은 이집트 민주화 시위로 인한 공급 차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미리 물량을 확보해두려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집트는 160만 배럴의 원유를 비롯해 석유제품이 수송되는 수에즈운하와 수메드 송유관을 보유하고 있다. 만약의 사태로 이들이 막힐 경우 하루 300만 배럴 이상의 원유 및 석유제품 수송에 차질이 발생할 수도 있다. 또 민주화 시위가 리비아나 사우디아라비아에 확산될 경우 원유 생산 차질은 더 커진다.
지식경제부는 이에 따라 이날 석유수급 상황 점검을 위한 비상대책회의를 열었다. 지경부에 따르면 국내 원유 수입물량은 대부분 중동산인 데다 수에즈운하가 아닌 걸프만 사우디 라스타누라 항만을 경유하고 있어 이집트 사태로 수입물량이 줄어드는 등의 직접적인 피해는 없다.
하지만 이집트 사태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정유업계에 가격 인상을 최대한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기로 했다. 또 만약 시위 확산으로 수급에 차질이 생길 경우 정부비축유 8500만 배럴을 방출하고 정유사와 석유공사가 보유한 해외 생산원유를 우선 도입키로 했다. 또 석유수급 비상대책반을 구성하고 이집트 사태 진행 경과와 국제 석유시장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