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완전 공개경쟁으로 여성 채용 늘려라

입력 2011-02-01 16:31

공공기관의 여성 고용 비율이 민간기업보다 낮은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남녀차별을 없애는 데 앞장서야 할 공공기관들이 오히려 직원 채용에서 여성을 차별하고 있는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83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올해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양성평등 채용목표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힌 곳은 28%(23곳)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목표치가 10∼20%에 불과해 공무원 시험의 30%를 밑돌고 있다. 공무원 시험 양성평등 채용목표제는 어느 한쪽 성의 합격자가 70% 이상이면 다른 쪽 성의 합격점을 내려 30%를 채우도록 하고 있다. 민간기업의 여성 고용 비율이 평균 35%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 30% 목표치도 낮은 것이다.

공공기관들이 여성을 차별하는 것은 시대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전근대적 사고 때문이다. 직무적성 등의 이유로 서류전형이나 면접에서 여성을 공공연히 탈락시키는 것이다. 정부는 여성 고용을 늘리기 위해 2006년부터 ‘적극적 고용개선조치(AA)’를 도입했지만 선진국과 달리 강제성이 없어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직원 채용을 필기시험 위주의 완전 공개경쟁으로 해야 한다. 여성 채용 비율이 낮은 것은 여성의 실력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직무적성에 대한 부정적 예단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필기시험으로 뽑으면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질 것이다. 각종 자격시험의 여풍(女風)을 감안하면 오히려 남성을 위한 양성평등 채용목표제가 필요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행정안전부가 그제 발표한 ‘지방공기업 인사운영 기준’에서 직원 채용 때 공무원과 같이 공채를 하도록 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공채도 필기시험 위주로 시행돼야 하며, 지방 공기업뿐 아니라 전체 공기업과 공공기관으로 확대해야 한다.

OECD 자료에 따르면 여성 고용 비율이 높은 국가가 1인당 국민소득이 높고, 여성 임원이 많은 기업일수록 수익을 많이 낸다고 한다. 이제 우리나라도 낡은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