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생명 묻어야했던 ‘어머니의 눈물’ 기도로 닦아주자… ‘구제역 재앙’ 축산농 보듬기

입력 2011-02-01 16:23

서울 염창동에 사는 박희수(35)씨는 설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고향에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아직도 결정하지 못한 것이다. 해마다 추석과 설이면 어김없이 고향인 충북 괴산을 찾았었다. 박씨는 “정 안 되면 설날 아침 일찍 혼자 고향에 다녀오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귀성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이 많다. 아예 귀성을 포기한 이들도 적지 않다. 구제역과 조류독감(AI)이 휩쓸어버린 고향 농촌을 크리스천들은 어떻게 보듬을 것인가.

대규모 가축사육 지역은 귀성 자체를 반대한다. 국내 최대 축산지역으로 알려진 충남 홍성군 금마면의 인흥교회 박웅환 목사는 “안 내려오는 게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를 키우는 교인들의 의견을 대신 전한 것이다. 박 목사에 따르면 축산업을 하는 교인들은 현재 3주째 교회를 못 나오고 있다. 심방도 물론 못하고 있다. 설 연휴 땐 자손들도 아예 내려오지 못하도록 했다. 심지어 자손들이 택배로 보내준다는 선물마저 사양했다. 박 목사는 “1월에 하기로 했던 교회 부흥회도 무기한 연기했다”며 “구제역이 장기화되면 목회 자체도 어렵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전남 장성군 황룡면 장성감리교회 최상기 목사는 도시 교회나 교인들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구제역 재난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래목회포럼은 매년 명절 고향교회 방문 캠페인을 전개해 오고 있다. 농어촌 교회를 방문해 사랑의 선물과 감사헌금을 전달하고 관심과 격려를 표현하자는 취지다. 물론 이번 설에도 변함없이 개최한다. 대표 김인환 감독은 “진정한 배려와 격려는 지치고 힘들어 스스로 일어설 힘이 없을 때 일으켜 세워주는 것”이라면서 “특별히 구제역 재난으로 어려움을 당하고 있는 고향 교회와 목회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한국 교회가 그들과 함께한다는 형제의식”이라며 교회의 동참을 호소했다.

시름에 빠진 농촌에 위로를 전하는 것과 함께 회개의 기도를 하면 어떨까.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양재성 사무총장은 “고향에 내려갈지 말지는 철저히 해당 지역민들의 의견에 따라야 한다”며 “만일 내려갈 수 없다면 전화나 편지에 마음을 담아 전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 총장은 “동물 학대, 지나친 육식 등 반신앙적 행태에 대해 개인이나 가족, 교회 단위로 자성하고 회개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설 연휴를 의미 있게 보내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신앙인으로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규모 공장식 사육방법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강원도 횡성군 횡성읍 횡성영락교회 한경호 목사는 나름대로 도시 교회의 역할에 대해 말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공동 출자하는 한우영농조합법을 통해 사육방법을 기존 공장식에서 유기식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목사는 “강원 원주와 전북 김제 등에서는 교회를 중심으로 축산물과 농산물을 생산-소비하는 조합 활동이 활발하다”고 설명했다. 고향에 내려가는 성도라면 이에 대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도 농촌을 위한 의미 있는 설 연휴 보내기가 되지 않을까.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