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있는 리더 발굴이냐 불씨 안은 시한폭탄이냐… 말 많은 ‘교장공모제’

입력 2011-02-01 16:06


교장공모제는 공모 방식으로 교장을 뽑아 교단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취지로 2007년 9월 처음 도입됐다. 기존 연공서열 중심의 승진제로는 기획력과 추진력을 갖춘 참신한 인물을 뽑기가 힘들다는 판단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올해 도입 5년째를 맞은 교장공모제가 교육현장에서 갈등만 부추기는 등 본래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교장공모제는 과연 학교를 바꿔놓을 수 있을까.



31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교장공모제를 통해 지금까지 새 교장이 임용된 학교는 954곳이다. 교과부는 다음달 임용될 교장의 최소 40% 이상을 공모 방식으로 선발키로 했다. 각 시·도 교육청은 지난해 11월부터 심사를 진행 중이다. 교과부는 능력과 의욕을 갖춘 ‘공모교장’이 학생·학부모가 만족하는 학교경영을 이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모교장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는 전북 회현중이다. 전북 군산 시내에서 버스 편으로 30분 넘게 걸리는 곳에 있는 회현중은 한때 폐교 위기까지 몰렸던 기피 학교였다. 시골학교 대다수가 그렇듯 학생 수는 매년 줄었다. 그나마 남은 해당 지역 초등학생마저 졸업과 함께 군산 시내 다른 중학교로 빠져나갔다.

하지만 2008년 9월 평교사도 지원 가능한 내부형교장공모제를 통해 이 학교 이항근(53) 교사가 교장으로 부임하면서 학교는 서서히 달라졌다. 학교는 일주일에 한 시간씩 진로성장 수업을 진행했다. 정규수업이 끝나는 오후 4∼9시 희망하는 학생을 상대로 방과후 특기적성 교육을 실시했다. 영어와 수학 수업은 수준별로 시행했다.

특색 있는 교육프로그램이 입소문을 타면서 회현중은 학생과 학부모가 선망하는 학교로 변했다. 2011학년도 신입생 선발전형에서 이 학교 경쟁률은 10.7대 1까지 치솟았다. 관할 지역 내 학생 36명을 제외한 나머지 24명 모집에 무려 257명이 응시했다. 이 교장은 “공모제를 통해 교장이 된 사람은 응모할 때 교육청이나 학부모, 교사에게 약속한 내용을 지켜야 한다는 부담이 크기 때문에 학교 현장에서는 큰 변화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보니 학교폭력 등 일반 학교에서 벌어지는 사고도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회현중 같은 사례는 일부일 뿐 공모제가 오히려 교육현장에 말썽만 일으킨다는 목소리도 높다. 내부형교장공모제를 진행 중인 서울 영림중은 최근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특별조사를 받는 등 몸살을 앓았다. 학교가 내부형교장공모제에 반대하는 심사위원 3명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채 심사를 진행한 것 아니냐는 논란 때문이다. 영림중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사가 21명으로 전체 교사의 3분의 1가량이다. 시교육청이 교장공모제를 통해 전교조 교사를 교장으로 만들려 한다는 의혹을 받았다.

시교육청은 조사결과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교장후보 심사 과정에 심사위원 전원이 참석해야 한다는 규정은 임의규정인 만큼 학교구성원의 합의가 있었다면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일부 학부모는 전교조 교장 탄생을 반대하며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교장공모제 응모율이 저조해 경쟁을 통한 인재 발굴이라는 취지가 유명무실해진 경우도 많다. 경기도교육청이 다음달부터 학교 78곳에 대해 공모교장 후보를 모집한 결과 절반 이상인 43곳(55%)에서는 응모자가 단 한 명에 그쳤다. 다른 시·도도 마찬가지다. 단독 응모가 생기는 이유는 교원들이 부임을 기피하는 도서벽지 학교이거나 교육계 선·후배 눈치 보기로 지원을 포기하는 게 원인으로 풀이된다. 교장 자격증 소지자를 대상으로 하는 초빙형이 많아 교장들이 최대 8년으로 제한된 임기를 연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교장공모제를 악용한다는 비판도 있다.

교장공모제가 폐쇄적인 교원 승진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8∼9월 교장공모제를 시행 중인 전국 초·중·고교 291곳의 교장·교사·학부모 9750명을 조사한 결과 교장공모제가 교원 승진제도의 문제점을 얼마나 해결할 수 있는지를 묻는 항목에서 교장들이 준 점수는 5점 만점에 평균 2.64점에 불과했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