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바울 (8) 이번엔 癌 “주님, 인도 위해 3년만 더…”
입력 2011-02-01 16:19
교통사고 사건이 어느 정도 회복되어 갈 즈음 또다시 큰 어려움이 찾아왔다. 2001년 11월이었다. 그날도 사역지에 갔다 집으로 돌아와 목욕을 하고 있었는데 왼쪽 겨드랑이에 혹 같은 것이 손에 잡혔다. 별것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며칠 지나자 조금씩 커지기 시작했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 병원에 갔다. 인도 의사는 암이라고 했다. 인도에 오기 4년 전 손가락에 생겼던 암이 전이되어서 겨드랑이까지 타고 올라왔던 것이다. 앞이 캄캄했다. 선교사로 와서 제대로 복음을 전하지도 못하고 죽는다고 생각하니 이처럼 허무할 수가 없었다.
결국 한국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지만 1년간 항암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항암치료 자체도 힘든 것이었지만 이제 막 언어를 배우면서 사역을 시작했는데 중도에 멈추는 것이 힘들었다.
‘주민들이 하나님 앞에 돌아오고 예수의 복음이 조금씩 퍼져가고 있을 때 이런 일이 터지다니. 왜 나는 이렇게 항상 아픈 걸까.’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항암치료를 시작해야만 했다. 16차에 걸친 스케줄이었고 1차, 2차, 3차 치료를 받았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나날이었다. 고통이 클수록 인도 사람들이 눈에 아른거렸다. 그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었다.
그때 나는 하나님께 따지듯 기도했다. “하나님! 정말 왜 나에게 자꾸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입니까? 저를 정말 목사로 부르시고 선교사로 부르셨다면 왜 병실에 누워 있어야 합니까.”
항암치료를 받을 때마다 절망과 회의 속에서 하나님의 부르심에 대한 소명이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다시 이렇게 기도했다.
“하나님! 나에게 3년만 생명을 더 연장시켜 주십시오. 나중에 하나님 앞에 갈 때 작은 열매라도 가지고 갈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그렇게 기도하면서 4차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했다. 다음날부터 항암치료 주사약이 투여되는데 절망 속에서 기도하게 됐다. 그러다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있는데 하나님께서 꿈 속 같은 환상을 보여 주셨다. 세면대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나를 향하여 손으로 가리키면서 “내가 너를 20년 전에 부르지 아니하였느냐? 내가 너를 20년 전에 부르지 아니하였느냐?” 하면서 두 번 말씀을 하시는 것이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고꾸라져 울면서 하나님 말씀에 응답하기 시작했다. 20년 전 일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흘러갔다. 군에 가기 직전인 1982년 목회자로 부르셨던 그 자리. 이사야 6장 8절의 말씀을 기억나게 해주셨다. 그때 내가 “주님! 내가 여기 있사오니 나를 보내소서” 했던 그 말씀 그대로 기억하게 해 주셨다. 나는 그날 밤새 울었다. 그리고 모험을 시작했다. “주님! 그렇습니다. 20년 전 분명히 나를 불러 주셨는데 지금 이 작은 어려움 때문에 좌절하고 소명이 흔들렸습니다.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다시 인도로 가겠습니다. 저에게 3년의 생명을 연장시켜 주신 줄 믿고 감사를 드립니다.”
다음날 아침 의사들이 와서 주사약을 투입하자고 했을 때 나는 더 이상 치료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의사들은 깜짝 놀라 만류했지만 나는 더 이상 그들의 말이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다음날 퇴원했고 일주일 후 인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정리=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